영풍문고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초·중·고 학습참고서 판매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점 내부에 다른 법인을 입점시켜 참고서를 지속 판매해 행정 처분을 받았다. 타 매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규 출점한 정황도 파악돼 정부의 시정 명령 조치가 유력하다. 생계형 적합업종 도입 1년 만에 위반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영풍문고 신림포도몰점에 대한 행정처분 사항을 공표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서점업종이 지난해 10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이미 초·중·고 학습참고서를 판매하는 점포에 대해서는 이미 판매한 기간을 포함해 18개월간만 참고서를 판매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권고 이후에도 영풍문고 신림포도몰점은 내부에 스터디북이라는 별도의 점포를 입점시켜 학습참고서를 지속 판매했다.
영풍문고의 권고 미이행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영풍문고는 앞서 위례점에서도 학습참고지를 권고 기간 이전 판매했다. 조사 기간 중 판매를 철회해 행정처리 공표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법률에서 정한 생계형 적합업종 제한 사항을 위반한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중기부에서는 영풍문고가 타 점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규 출점 정황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권고 사항에 해당하는 영풍문고 신림포도몰의 권고 위반 사례와는 달리 중기부가 추가로 조사 중인 사안은 시정명령과 같은 구속력 있는 행정 조치가 가능하다. 시정명령을 받은 대기업이 기간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의 100분의 5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
중기부는 지난 10일 생계형 적합업종 이행강제금 부과에 대한 세부기준을 규정하는 고시 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쳤다.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 산정 기준,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 및 부과 대상 기간 등이 조만간 구체화할 전망이다.
중기부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도입이 1년이 되어 가는 만큼 이미 지정된 8개 적합업종에 대한 이행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도입 1년을 계기로 제도를 보다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문고의 사례와 같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합의에 따라 도출된 권고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실질 조치는 부재하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과정 역시 법률로 정한 절차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 대표 사례다.
동반위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냈지만 중기부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정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고시에서 정한 △사업체의 규모와 소득의 영세성 △안정적 보호 필요성 등 측면에서는 지정 필요성이 덜하지만, 소비자 후생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정 과정부터 이미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현대차 등 대기업까지도 시장 진출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기부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보다는 상생협약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도입 목적대로 소상공인의 생계와 밀접한 분야는 보호하면서도 소비자 편의는 저해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