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20대 국회 등 정치권에서 논의해 왔던 공정경제 3법이 국회 본회의를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해당 법안을 두고 “공정경제 3법이냐, 기업규제 3법이냐”로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재계 반발이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핵심 쟁점은 대주주 견제 기능 강화, 대기업 경제력 남용 통제 등이다.
◇3%룰에 재계 “방어권 약화”
상법 개정안 쟁점은 '3%룰'과 '다중대표소송제'다.
정부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 기업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주장한다. 기업과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우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 후보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총회 결의로 다른 이사와 분리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감사위원은 선임된 이사 중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은 별도 선임해야 한다.
또 이사 선·해임시 최대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제한된다.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해 감사위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합산 지분율이 3%를 넘더라도 의결권에 이른바 '3% 캡(cap)'이 제동을 건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한 보완장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위원이 감사 역할도 하지만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원이라는 전제에서다.
대한상의는 “경영권 위협이 확대돼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만 치중할 것”이라며 “대주주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돼 회사 측 방어권을 극도로 제약한다”고 설명해 왔다. 일례로 해외투기펀드 등이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제안하고,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이같은 경우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최소 방어권만은 보장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경영 감독 독립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회사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해 직무의 독립성을 해치는 등 전횡을 방지하고 소수 주주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민단체에서는 “사실상 대주주가 경영을 하고 이사회도 대주주가 원하는 사람을 선임할 수 있다”며 “감시와 감독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 중에서 한 명이라도 경영자 영향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인사를 선출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법으로는 총수가 장악한 자회사로 인해 모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자회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 지주회사들이 일부 지분만으로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고, 자회사의 일탈로 모회사가 악영향을 받는 구조를 감안하면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해당 조항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회사에 대한 소송이 크게 늘고, 자회사 주주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삼성도 영향권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적이익 편취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 대상인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20%'로 일원화하고, 지분 50% 초과 보유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또 지주회사가 특정 상장기업 지분을 사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20%(비상장사 40%)에서 10%포인트(P)씩 더 올려 문어발식 지배력 확장을 막는 장치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개정안 통과시 자회사 지분율이 평균 72.7%(상장 40.1%, 비상장 85.5%)에 달하는 지주회사 소속기업 상당수가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된다.
상의는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 및 지주회사 소속기업이 지주회사 밖 계열사와 거래하는 등의 경우에 대해 적용하고, '지주회사 소속기업들간에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일례로 삼성은 개정안 여파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상장회사, 그 회사가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내부거래 감시를 받는다.
삼성생명의 경우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 20.8%를 보유해 법안 통과시 감시 대상이 된다. 현행법에선 30% 이상일 때만 대상이어서 규제 밖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 6개사는 일감 몰아주기 상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71.9%)와 삼성자산운용(100%),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99.8%), 삼성생명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100%), 삼성SRA자산운용(100%)을 자회사 형태로 두고 있다.
전속고발제 폐지도 이견이 큰 사안이다.
전속고발제는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 기소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그러나 공정위가 대기업 담합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전속고발제가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기업들 우려가 크다. 가격·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의 경우 경쟁업체 등 누구든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비지주 금융그룹까지 모두 감독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소속 금융회사가 금융업 등 두 가지 이상을 영위하고 금융사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금융그룹 가운데 감독 실익이 있는 그룹을 '금융그룹'으로 지정,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재계는 삼성·교보·한화·미래에셋·현대차·DB금융그룹 등 6곳이 적용 대상인데, 기존 금융계열사가 이미 보험업법 등 업권별 규제를 받는 데 더해 이중규제를 받게 됐다고 지적한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