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권마다 입장을 번복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2017년 8월 공정위에서 보고받은 '공정위 소관 법안 자료' 보고서를 제시했다. 그는 “공정 경쟁 질서를 만들고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기관이 정권·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기준을 바꾼다면 경제 생태계에 참여한 수많은 기업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정경제 과제로 급부상해 개정안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전속고발권제 폐지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도 핵심 쟁점에 속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중소기업이 고발에 노출되면서 약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20대 국회 당시 2018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속고발제를 폐지할 경우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형사처벌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 간 담합 건수는 1%에 불과하고 중소기업 간 담합이 80%여서 전속고발제 폐지 시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형사처벌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대기업은 법무팀이나 법률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해 수사를 당하는 것만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려면 중소기업에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를 지원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법 집행체계를 종합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앞서 공정거래법은 2018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지만 2년 가까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도 안건 목록에 포함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법안 심사가 끝났다.
그러나 상당한 의석수를 확보한 여당을 중심으로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국회 처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는 연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 졸속 입법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11월 별다른 숙의과정 없이 법안 처리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