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도 화학언어 통해 느낌 전한다

반려식물도 화학언어 통해 느낌 전한다

반려식물도 반려동물처럼 인간과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내 연구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은 식물이 인간 행동에 실제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논문으로 펴내 7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실험은 인간의 냄새물질에 식물이 반응을 보인다는 가설을 세우고 진행했다. 실험 대상 식물은 새로 개발된 식물보다 야생종·토종 식물이 화학언어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선정했다. 식물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이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 위협에 처한 정보를 다른 식물과 화학물질로 주고받는다. 이때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을 '화학언어'라고 한다.

먼저 종자를 퍼트리기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우슬, 도깨비바늘과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갯기름나물, 우산나물 등 을 대상으로 사람이 식물에 가까이 접근해 입김을 내뱉었을 때 화학언어 물질이 얼마나 발생하는 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우슬'과 '도깨비바늘'은 메틸자스몬네이트를 0.04ppb씩 배출했지만, '갯기름나물(0.35ppb)'과 '우산나물(0.36ppb)'은 이보다 약 9배 많은 메틸자스몬네이트를 배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어린 식물을 20분간 짓이겨 죽인 사람의 입김을 받아 죽은 식물의 동료 식물이 있는 유리 공간에 넣은 뒤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 변화량과 관련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 사람의 입김을 처리했을 때보다 식물에 해를 끼친 사람에게서 받은 입김을 처리했을 때 메틸자스몬네이트가 23%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대상 식물 가운데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갯기름나물과 토종 상추는 화학언어 물질 배출량이 26.6%, 20.0%씩 증가해 화학언어를 통해 말을 잘하는 식물로 확인됐다.

정명일 도시농업과장은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을 정밀 분석해 사람과 반려식물 사이의 반응과 식물들 간의 해충을 쫓아내고 천적을 불러오는 동반식물 연구를 추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