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인 여야 잠룡들...대통령 발언에 '밑줄 쫙', 차별화로 승부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는 차기 대권후보로 점쳐지는 여야 잠룡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 각각 여야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다. 이들은 지역균형 뉴딜 방안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지사는 행사 시작 전부터 단상 위에서 발표자료 확인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는 펜을 들고 관련 서류에 밑줄을 그으며 살펴봤고, 김경수 지사도 서류 검토에 집중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원 지사는 주먹 인사를 건넸고, 김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짧은 담소를 나눴다.

3명의 잠룡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시작되자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와 김 지사는 펜으로 밑줄과 동그라미 등을 그리며 대통령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김 지사와 원 지사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표 때에도 자료를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김 경남지사는 '지역균형 뉴딜 유형' 발표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사업' 설명 때 메모했다. 두 잠룡은 '지방채 발행'과 관련한 홍 부총리 발언에도 주목했다. 타 지자체장의 발표 때도 '열공' 모드였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후 자료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세 잠룡은 최문순 강원지사가 '감자 대신 액화수소를 팔러 나왔다'고 농담하자 다 함께 웃기도 했다.

먼저 원 지사가 '그린뉴딜'을 적극 지지한다며 발표했다. 그는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스마트그리드 실증 성과를 보고한 뒤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는 앞으로 10년, 대한민국의 그린뉴딜을 선도하겠다”면서 2030년 100% 수소전기차 목표(매연차 신규등록 중단)를 제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장 출신 이 지사는 “새로운 성남판 또는 경기판 디지털 뉴딜을 준비했다”며 공공배달앱 구축 계획을 설명했다. 이 지사는 디지털경제 시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와 경쟁 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발표 중 '우리 문재인 정부'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등을 섞어가며 '친문' 지지세력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서울 등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청년층의 인구 이동과 출산율을 언급하며 지역격차라는 국가적 위기를 거론했다. 중앙정부 공모사업이 시도 간 '제살 깎아먹기' 구조라면서 “이렇게 해서는 지역균형 뉴딜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일침했다.

김 지사는 시도간의 행정통합을 넘어선 '메가시티' 조성 등 생활권과 경제권 중심의 유연한 권역별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