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9월 현대차를 비롯해 10개 계열사,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차그룹을 2019년말 현재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0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일궈냈다. 그 과정에서 기아차를 비롯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의 완성차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그룹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세계 10개국에 생산시설까지 갖췄다.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에 이뤄낸 성과다.
특히 그룹의 외형을 키우면서 동시에 선행기술 연구에 적극 투자, 수소차를 비롯해 미래모빌리티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현대차는 대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 명예회장의 결단으로 1998년부터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20년 넘은 정 명예회장의 뚝심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조직을 꾸리고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 2000년 싼타페 기반의 수소전기차 모델을 개발했다. 2005년에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 퓨얼 셀'은 2013년 내놨다. 이는 일본 토요타 '미라이'보다도 1년 앞선 성과였다. 가장 큰 성과를 낸 건 2018년에 출시한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다. 넥쏘는 출시연도에 966대가 팔렸고 이듬해 4897대가 팔려 수소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도 3292대가 팔렸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에 성공, 스위스에 첫 수출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도 유럽에 수출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비 자동차 부문을 겨냥해 판매를 넓혀갈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배경에도 정 명예회장이 있었다.
현대차는 고급차 시장 경쟁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2008년 1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했다. 국내 판매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도 수출, '북미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는 쾌거도 누렸다. 정 명예회장의 '품질경영'이 빛을 본 것이다. 현대차는 2015년 제네시스를 독립 고급차 브랜드로 출범시키고 이후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단행한 '10년, 10마일 무상 보증'도 큰 성과를 올렸다. 당시 경쟁사 대비 3배 이상 긴 무상보증 기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품질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각국의 수입 규제를 예상하고 주요 국가에 생산거점 공장을 세웠다.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맞서 그들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경쟁하기 위한 발판을 다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2005년 발표한 '2010년 글로벌 5위 도약'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다.
올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이런 혁신 리더십과 경영철학,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수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밝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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