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이덕희 KAIST 교수, '지극한 정성으로 이론과 실제 겸해야 혁신 가능'

저서 내생사회 머리와 손발의 소통 이야기를 출간한 이덕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저서 내생사회 머리와 손발의 소통 이야기를 출간한 이덕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과정에 지극한 정성을 다하고, 이론과 실제를 겸할 때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체에 들어선 우리나라 과학, 산업 혁신도 이를 기반으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서 '내생사회:머리와 손발의 소통 이야기'를 출간, 현대 문명과 우리 사회의 길을 제시한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가 '내생성'을 갖출 때 전에 없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밝힌 내생성은 어떤 경지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쌓아가는 것이다. 또 단순히 이론을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행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갖지 못한 덕목이다.

이 교수는 “우리는 근대 이후 일제와 서구 열강이 이룬 것을 따라가는 것에만 바빴고, 이전부터 현실과 직결된 농공상(農工商)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과정과 현실의 부재에서 비롯한 '외생성'은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성장에도 한계를 보이게 한다”고 진단했다. 국민의 근면성으로 어떻게든 선진국을 따라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체화한 것은 적어 더 이상 발전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고 융합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지극한 정성의 총합'을 지향하는 동양 철학 '중용', 과정을 중시한 서양의 '과정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사상에 뿌리를 뒀다. 이들이 이번 저서를 탄생케 했다.

사실 이 교수는 경제학자다. 학사와 석사·박사학위를 모두 경제학 연구로 얻었는데, 경제학만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그가 다른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경제학은 비용과 이익을 근간으로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방편이지만, 경제현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며 “그러다가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후 통섭에 눈을 뜨게 됐다. 경제학에 복잡계 과학을 접목하는 시도를 했고, 공자 사상을 기반으로 자본주의를 해석하기도 했다.

현장에 대한 지식도 이번 저서의 결론을 이끌어 낸 기반이다. 이 교수는 KAIST에서 교편을 잡기 전 산업연구원(KIET)에서 활동했다. 기술, 산업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직접 보고 겪은 지식이 이번 저서 내생사회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내생성을 갖춘 내생사회로 거듭나면, 전에 없던 혁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스로 동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계, 산업계에 이런 변화가 중요한데, 이미 어느 정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wer)'를 너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내생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제의 소통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연구개발(R&D)을 책상에서만 한다면 과정을 알고 실증하는데 장애가 된다”며 “이론과 실제의 상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