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스마트공장 인프라 핵심 기술의 우리나라 경쟁력이 글로벌 선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컴퓨터(HPC)·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핵심 기술 수준이 낮고, 전문 인력 확보도 원활하지 못했다. HPC는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AI 분야는 관련 기업 자체가 부족하다. 클라우드 역시 서비스형인프라(IaaS)·서비스형플랫폼(PaaS) 분야 원천 기술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미래형 스마트공장의 구축 방향 설정과 국가 기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용역을 맡긴 정보화전략계획(ISP) 최종보고서를 14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AI·HPC·클라우드 등 3대 핵심 기술 역량이 선도국 대비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미래형 스마트공장을 핵심 사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인프라 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에서는 △인력 △물리적 인프라 △연구환경 및 산업화 역량 △정책적 지원 등 보유 자원마다 주요 국가 대비 경쟁력이 크게 미흡했다. 국내 AI 관련 기업의 수는 2018년 기준 26곳으로 글로벌 선진국의 2.5~6.7%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AI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력 수가 절대 부족한 가운데 향후 관련 고급 인재 확보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HPC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다.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슈퍼컴퓨팅 선진국에서는 엑사스케일 컴퓨팅 시스템 구축을 통해 앞서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체 개발 역량은 하위 등급인 페타급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 시장점유율 역시 2017년 기준 1.6%에 불과했고, 지난 20여년 동안 1~3% 수준을 오갔다.
보고서에서 국내 연구진 역량이 양적·질적으로 열악한 상황 속에서 대규모 슈퍼컴퓨팅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제한적 분야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할 정도였다.
공공이 주도하는 클라우드도 수준이 높지 않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분야 기술 발전에 반해 PaaS, IaaS 분야 원천 기술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공공 주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해 주요 민간 사업자의 시장 진출이 제한된 것도 국가 기술 수준 향상에 저해 요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애초 중기부는 AI, HPC,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해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목표로 했다. 이른바 '미래형 스마트공장'이다.
그러나 관련 인프라 자체 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졌다. 스마트공장은 물론 요소 기술 성장 전략도 함께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중기부가 지난달 자체 구축이 아닌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제조데이터 센터 구축 방식을 전환한 것 역시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HPC, AI, 클라우드 같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국가가 완전히 주도하기는 어렵다”면서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 전반적인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수준을 높여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공장 중심이 아닌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기반의 미래형 스마트공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 확보가 필수다. 스마트공장 보급이 늘면서 다양한 제조 데이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의 공유와 해석을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 보강이 시급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체 인프라 기술 수준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조달하는 전략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AI나 클라우드는 중소 개별 기업이 역량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기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