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될 무렵 인플루엔셜이라는 출판사에서 '슈퍼펌프드'라는 책을 보내왔다. 책은 500쪽이 넘는 꽤 두꺼운 책이어서 무덤덤하게 책상 위에 올려뒀다가 연휴 마지막 날 아침에 우연히 첫 장을 펼쳤고, 순식간에 독파하게 됐다. 간만에 종일 책을 들고 보낸 하루였고, 많은 울림을 책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슈퍼펌프드는 책 제목이자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의 핵심 리더십 원칙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말 그대로 직원 모두가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 찬 상태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기에는 매우 필요한 요소이지만 시리즈B를 지나는 단계에서는 조직 차원의 윤리 및 합리 경영이 필요하다. 이는 견제와 균형의 경영 프로세스 구축이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에 필수다. 대체로 상장을 추진하거나 상장한 기업은 이를 내부통제 프로세스라고 일컫는다. 전 세계에 제국을 구축한 우버는 사실 이 프로세스를 안 돼도 2015년에는 갖췄어야만 했다. 이 책은 2015~2017년 우버에 있던 모든 사건을 캘러닉뿐만 아니라 캘러닉 동료, 투자자, 파트너까지 모두 아우르는 등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총 5단계로 구성된 이 책은 기업가 캘러닉의 성장 과정과 우버의 성장을 다루면서 이를 통해 일궈진 성과와 생겨나는 문제들을 다루고, 캘러닉의 해임 과정이 기자 시각으로 마무리된다. 책은 주변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구체화해서 이해가 더 빠르다. 애플과의 갈등에서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 앱스토어 총괄 매니저 에디 큐가 등장하고, 구글과의 갈등에서는 래리 페이지도 명확히 등장하며, 구글에서 우버로 넘어간 앤서니 레반도프스키도 자세히 묘사된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의 기존 택시 서비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우버의 공동창업자 개릿 캠프이다. 그러나 캠프는 캘러닉의 저돌성 도전정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캘러닉이 경영권을 잡고 우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합의한다. 우버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차량 공유 시장을 열어 갈 힘은 캘러닉의 강력한 추진력이었다. 캘러닉의 도전정신과 추진력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캘러닉의 열정은 창업하는 모든 스타트업에 귀감이 되는 스토리다. 차량 공유서비스 관련 규제는 우리나라에만 있은 것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 규제가 있었고, 그 규제를 넘어선 것은 캘러닉의 무모할 정도의 추진력이었다. 규제를 무시하고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어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합법 과정은 비판 시각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적어도 유니콘을 바라보는 성장세를 형성하게 될 때는 반드시 견제와 균형을 위한 경영 프로세스를 갖추고 '무시'라는 키워드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캘러닉은 우버가 세 번째 창업이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200억원 이상 회수를 통해 나름대로 성공하고 경험을 쌓은 창업자였다. 그러나 그는 첫 번째 투자자로 말미암은 창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투자자들을 극도로 견제하는 이사회 구성을 고수하고, 결국 견제와 균형보다는 독단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2016년까지 고수한다. 성장기에는 분명 도움이 됐지만 이는 동시에 많은 윤리 문제를 일으켰다. 캘러닉은 결국 본인은 미시 성격의 성공은 거뒀지만 거시 차원의 성공은 실패했다고 인정한다.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반드시 숙고해야 하는 이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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