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웨이'라고 할 때는 미국의 힘과 자부심을 은연중에 내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말로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우리의 길이고 방법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지난주 아메리칸 웨이가 상반된 모습으로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아메리칸 웨이에 대한 우려 시각이 담긴 기사와 아메리칸 웨이를 볼 수 있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전자는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구축에 관한 기사였다. 후자는 미국 의회의 디지털 시장 경쟁 보고서로,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에 대한 시장에서의 독점 지위와 불공정 경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5G 네트워크 구축과 서비스가 올해 우리나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핫 토픽이듯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가안보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이슈였다.
지난 2018년 초 백악관 내부 메모에서 5G 네트워크 국유화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5G 네트워크 국유화는 자율차·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와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미국 상원에서 지난해 국유화를 금지하는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유화 계획이 없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국유화는 미국 시스템과 거리가 먼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다”라는 어느 미국 의원의 표현을 빌려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5G 국유화 이야기가 다시 기사화됐다. 이는 국방성에서 5G 구축과 운용 관련 자료요청서(RFI)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국방성은 5G는 수십억개 장치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이기 때문에 5G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안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자를 비롯해 많은 관련 기관이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공식 반대한다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치 해석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5G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다. 기업의 혁신과 경쟁으로 지금의 미국이 글로벌 리더가 됐다는 자부심의 아메리칸 웨이가 훼손됨에도 '국유화'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까지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우일 수 있겠지만 미국 차세대 경쟁력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5G를 보는 시각은 그만큼 신중하다.
얼마 전 아메리칸 웨이를 보여 주는 미국 의회 보고서가 발표됐다. 디지털 시장에서 자국 회사의 반독점·반경쟁 행태를 심도 있게 연구, 그 결과를 대책과 함께 발표했다. 기존의 독점금지법, 경쟁 정책 등이 현재 디지털 시장에서 마켓 파워와 반경쟁 행위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도 포함됐다.
플랫폼 회사는 온라인에서 게이트키퍼와 중개인 역할을 본질로 한다. 그런데 이를 통해 시장을 독점하고 영향력을 남용해서 미국 특유의 혁신과 경쟁이 감소, 이로 말미암아 소비자 선택이 줄고 다양한 언론의 역동성 및 개인정보 등도 약화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한때 스타트업이던 기업이 20세기 초 정유회사와 철도회사의 비슷한 독점 행태를 하고 있다는 표현은 이들 행태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들 스스로가 법 위에 군림하거나 비즈니스를 위해 법 위반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구조 분리나 독점 플랫폼 사업자의 인접 사업 진출 제한 같은 극단의 처방부터 이른바 '망 중립성' '필수설비' 같은 개념을 도입,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또 독점방지법 강화나 독점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재를 다시 가해야 한다.
보고서가 보고서로 그칠지, 아메리칸 웨이를 위해 실행으로 옮길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보고서 내용은 이른바 플랫폼 혁명을 주도하는 4개 기업의 비즈니스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 주기 때문에 플랫폼 시대를 맞아 기업의 향후 행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