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리게임'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고·민원이 급격히 늘었지만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내 공정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막는 법안이 마련됐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비용·인력 부족, 게임업계는 법적절차 진행에 각각 부담을 느끼고 있어 현실성을 고려한 입법 사후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리게임 처벌 근거를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이와 관련해 접수된 신고·민원은 457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사의뢰·협조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체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23건에 불과했다. 대다수 신고는 시정·협조 요청(2722건)으로 마무리됐다. 게임위가 자체 종결한 것도 1824건이었다.
신고 대비 수사의뢰 실적이 크게 저조한 상황이다. 게임위는 △사업자 승인 여부 △대가성 여부 △용역 횟수에 따라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
현재 대리게임 신고는 국민신문고, 게임위 불법게임물 신고센터 및 포상금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다.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리게임은 단순히 게임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게임 내 공정경쟁 훼손, 이용자 이탈, 서비스 종료까지 여파가 확대될 수 있다. 최근 대부분 온라인 게임이 이용자 간 경쟁을 심화하고 있어 그 민감도는 더 크다.
게임위는 1년에 약 3만6000건 대리게임 행위가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에 약 100건이 이뤄지는 셈이다. 처벌법 시행 이전인 지난 2018년 관련 신고가 4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법이 시행된 2019년 3722건으로 증가한 것을 보면 대리게임이 만연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수사 의뢰와 처벌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쳐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임위에서 대리게임, 사설서버, 자동사냥 등을 모니터링하는 인원은 17명이다. 민원 모두를 수사 의뢰하기엔 검토·조사에 한계가 있다. 수사 의뢰 시 법률 비용과 증거 제출 등 부담 요인이 따르는데 무작정 수사 의뢰 건수를 늘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접수된 민원 가운데 명확한 사례에 한해 수사 의뢰를 한다”면서 “수사를 의뢰하지 않는 경우는 시정권고를 한다”고 밝혔다. 수사를 의뢰하지 않더라도 사후 조치를 한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 역시 대리게임을 법적 절차로 해결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위 통보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 사례를 잡아낸다”면서 “수집 사례를 보면 명확하게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게임업계는 입법 이후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리게임을 감시할 정부 예산을 늘리거나 시행 이후 드러난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반영해서 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현 상황에서 대리게임 수사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동시에 행정력 낭비”라면서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게임사 차원의 계정 정지가 실제 파급력이 큰 조치”라고 주장했다. 위 교수는 “게임사에 일부 조치를 위임하는 등 민·관 합동으로 효율을 높이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벌법이 시행된 만큼 게임위에 적극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김 의원은 게임위가 대리게임 적발에 소극 대처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포털 검색창에 간단한 키워드만 입력해도 수많은 대리게임업체 광고가 노출되는 상황에서 채증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리게임 문제는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최근 사회 이슈로 불거진 '공정'과도 관련된 사안으로,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관련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대리게임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만큼 게임위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표>대리게임 관련 신고 및 민원 내역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