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통신비가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동통신 3사가 통신요금을 원가보다 훨씬 높여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원가대비 140%정도라고 수치까지 제시했다. 통신업계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가는 요금제와 무관한 전체 가입자 기준인데 수익은 요금제 인가·신고 서류 추정액수로 산정 근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우 의원 주장대로라면 통신사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해야 하지만 실제 이익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통신요금은 논란만큼이나 질긴 역사를 자랑한다. 첫 공론화한 시점은 어림잡아도 20년 가까이 흘렀다. 출발은 시민단체였다.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가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통신비 원가공개와 인하를 요구했다. 이후 통신비 인하는 정치권의 '전가의 보도'였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선거시즌과 국정감사가 주된 무대였다. 대선 때도 어김없이 공약집에 올랐다. 그것도 곁가지가 아닌 핵심 공약이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물론 지금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정치권은 비싸니 낮추라는 입장이고 사업자는 반대논리로 응수했다. 담당 행정부처인 과학기술방송통신부(옛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는 찬성과 반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진일보한 해법도 나왔다.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만들어졌고 요금도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는 등 파격적인 입법조치가 이뤄졌다. 대법원에서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도 이끌어 냈다.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유야무야됐지만 기본료도 없어졌다. 공공 와이파이와 알뜰폰과 같은 대체서비스도 상용화했다. 공공성이 강한 보편 요금제라는 개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통신요금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매번 불거질 때마다 기시감마저 든다. 유행 따라 레퍼토리만 살짝 바뀐다는 느낌이다. 우스갯소리로 20년 동안에 약속대로 요금인하가 이뤄졌다면, 아마 지금 '무료통화'시대가 열려야 한다. 진짜 해법을 찾기보다는 정치이슈 정도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요금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대략 2000년대 즈음이다.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동통신 초기 1980년대는 한국이동통신 독점체제였다. 이어 1990년대 PCS가 출범하면서 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 과점시대로 넘어갔다. 과점에서 지금의 3사 구도가 굳어진 게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에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고 한국통신프리텔이 한솔PCS와 합치는 등 인수합병 바람이 거셌다.
이름만 바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삼두체제'가 20년 동안 이어졌다. 이 기간 시장은 미동도 없었다. SK, KT, LG 시장점유율은 50대 30대 20으로 15년 내내 이어졌고 최근 알뜰폰 덕분에 45대 30대 25로 기복이 있지만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 3사가 품질, 요금, 단말, 네트워크 등 모든 경쟁수단을 활용해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시장구도는 꿈쩍도 안했다.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적, 전략적 변곡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신산업은 가입자 중심이어서 급격하게 점유율이 변하지 않는다는 특수성까지 가지고 있다.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통신요금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정치권 주도의 '관제' 통신요금도 약효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 마지막 방법은 새로운 선수다. 쉽지 않다. 수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무위로 끝났다. 기존 3사와 경쟁해 연착륙하리란 보장도 없다. 정책 부담도 크다. 그래도 판을 바꾸는 마지막 카드다. 고민할 때가 되었다. '대답 없는' 통신비 인하 주장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