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버, 테슬라 외신보도를 통해 자율주행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도중에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포함한 여러 부작용 사례를 해외기사로 접하면서 국민으로서는 아직 자율주행이 어디쯤 와 있는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체감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현재 자율주행을 표방하는 차량 대부분이 초음파·카메라·라이다와 같은 센서에 의존한 독립형 방식이라는 것이다. 센서는 사람의 눈과 같아 장애물이 없는 맑은 날에 문제가 없지만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 또는 다른 차량이나 건물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는 사각지대에서 기능의 한계를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쓰이는 무선통신기술을 차량과 사물에 활용하는 방식인 차량사물통신(V2X) 기술이 고도의 자율주행에 필수다.
V2X는 차량-차량, 차량-도로, 차량-보행자를 실시간으로 직접 연결하면서 기존 센서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도로 인프라-차량-보행자 간 정보를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준다.
정부는 2019년 10월 '미래차 국가비전'을 선포하며 이를 지원하는 차량통신망을 2024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에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또 2027년까지 세계 최초로 레벨4 수준인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것은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 흐름 개선은 물론 차량-도로 선도 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서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친환경과 자율주행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정책이라 할 만하다.
다만 이 같은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국제 동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차량-사물이 어떠한 방식으로 통신하는지 등 기술표준 결정이 중요한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진행한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시범 및 실증사업에서 와이파이 기반의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을 V2X 기술로 채택해 왔다. 해외의 시범사업도 유사하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4세대(4G), 5G와 같은 셀룰러 통신 기술에 기반한 차세대 차량사물통신(C-V2X)이 2017년 3GPP에서 표준으로 채택되면서다. 이동체 간 통신을 목적으로 하는 셀룰러 기술을 접목한 C-V2X가 통신 속도, 통신 거리, 혼잡구간 통신 등 성능 면에서 기존 DSRC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C-V2X는 스마트폰을 통해 어린아이나 자전거 등 보행 약자를 차량과 연결하는 차량보행자통신(V2P)이 기본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들어가 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보행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주요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C-V2X의 급부상은 세계 여러 지역의 제도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1999년 C-ITS 기술로 DSRC를 사용하도록 지정했지만 20여년 동안 해당 기술이 차량이나 도로 인프라로 확산하지 못하자 2019년 12월 유망한 기술로 대두된 C-V2X를 채택하고 DSRC를 사실상 배제하는 규칙제정공고를 단행했다.
유럽연합(EU)도 과거 오랫동안 활용해 온 DSRC를 통신기술표준으로 입법화하려 했지만 2019년 7월 EU 각료이사회 표결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는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고 미래 우수기술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요 회원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일찌감치 2018년 11월 정보기술산업부(MIIT)를 통해 C-V2X를 V2X 기술로 지정, 완성차를 비롯한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 중립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앞에서 서술한 대로 실제 도로 사업에서는 여전히 DSRC만을 채택하고 있다.
올해 7월 우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의 절반에 해당하는 2085㎞에 C-ITS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1년 C-ITS 인프라를 500㎞ 구간에 구축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이보다 앞서 정부에서 발표한 2024년까지 전국망 구축 목표 시작점이 바로 내년으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어떤 V2X 기술을 적용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도로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앞으로 이를 사용할 운전자, 보행자 안전과 교통 효율, 국가교통, 물류 시스템의 미래를 결정하는 백년지대계다. 특히 해외시장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동향에 촉각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DSRC가 시범사업으로 일부 도로망에 구축됐고, 당장 가용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이를 국가 전반 인프라로 확대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 반해 자칫 갈라파고스가 돼 글로벌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또 추후 막대한 매몰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V2X는 올해 7월에는 5G에서 사용되는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기술을 V2X에 접목한 '5G-V2X' 표준으로 진화됐고, 이런 특성은 우리나라의 2027년 완전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활약으로 시작된 한류가 이제 K-방역, K-에듀, K-뷰티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국내 문화계, 교육계 등이 글로벌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적기에 공급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글로벌 C-ITS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 표준에 우리의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서 세계를 선도하는 K-하이웨이를 기대해 본다.
이원철 숭실대 IT대학 학장·정보과학대학원 원장 w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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