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막는 기부의 힘

김영집 GIST 대외부총장.
김영집 GIST 대외부총장.

최근 송경현 경향산업 회장과 김윤섭 한영피엔에스 회장이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각각 1억여원을 기탁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도 어려운 데도 이런 때일수록 과학기술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며 선뜻 나섰다. 기탁식에서 송 회장은 GIST가 발전해야 지역 산업도 발전하고 또 작은 기부라도 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도 당연한 것이라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지난 7월 광주 도시가스 공급 기업 해양에너지(대표 김형순)도 GIST와 사회공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회공헌기부금을 전달했다. 해양에너지는 GIST 배움마당에 올해부터 5년 동안 1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지원, GIST 학생들이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 대상 수업을 지속하도록 돕는다. 아직은 기부금 규모가 작지만 GIST 발전재단(대표 고정주)에는 이러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676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해서 과학기술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사업해서 거둔 거의 전 재산을 기부, 정말 놀라운 일이다. KAIST보다 열악한 지역 과기대에도 지원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과기 발전에 귀중한 씨앗이 되리라고 믿는다.

중국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뉴스가 전해져 온다. 중국 후베이성 화중과기대의 노학자 추이쿤 교수가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17억여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대상의 장학금으로 내놨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사업에 기부했다. 30년 동안 자신은 재킷 한 벌만 입고 아낀 돈으로 기부했으며, 죽을 때 남는 돈이 있다면 그것도 다 기부하고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 않겠다고 하니 어쩌면 성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부에는 아름답다는 말이 따라다닌다. 어려운 사람을 위하는 등 무엇인가 돕는다는 좋은 일이란 의미에서 아름다운 기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부문화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발전됐다. 그러나 어느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기부문화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없는 사람들이 적은 금액이라도 십시일반 기부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요사이는 각종 기부 펀드, 클라우드 펀드 등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모금하는 온라인 유형도 유행하고 있다.

필자는 올 봄 코로나19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빠지자 광주의 한 지방자치단체에 '광산경제백신펀드'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지역의 기업들과 단체, 주민공동체들이 릴레이로 참여한 가운데 2개월 만에 5억여원을 모금했다. 돈의 액수는 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서로 돕는 마음을 모으고 연대와 협동으로 극복하자는 이 운동은 참여자들을 기쁘게 했고, 그 펀드로 도움 받는 소상공인에게 큰 격려가 됐다고 한다.

기부는 기부자가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되고, 기부를 받는 곳에서는 소중하게 쓰여진다. 특히 공공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부는 연구와 교육을 촉진시키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정부 예산만으로 교육과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또 인재의 해외 유출, 지역 유출을 막으려면 기부가 활성화돼야 한다. 우수한 연구자·학생이 충분해도 합당한 연구비·장학금이 없으면 해외나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국가 인재, 지역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는 수단은 기부뿐이다.

과기에 대한 기부나 투자는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역을 키우는 힘이다. 기부자·투자자는 영예와 존경을 받아야 하고, 기부와 투자 분위기는 확산되길 바란다. 특히 연구 자원은 있지만 재원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과학 현장에 따듯한 햇볕 같은 기부가 있다면 크나큰 희망이 될 것이다.

김영집 광주과학기술원 대외부총장 yjkim7@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