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원자력 판매단가가 지속 하락한 것도 한 원인이다. 친원전 측은 원자력 판매단가 상승을 예상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던 셈이다. 결국 월성1호기 경제성 하락을 전망한 정부 측 근거에 힘이 실렸다. 전력시장 이해 부족에 따른 무분별한 주장이 경제성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한전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구매한 원자력 판매단가는 2018년 킬로와트시(㎾h)당 62.18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58.39원까지 하락했고, 올해 들어 5월까지 평균 55.08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는 친원전 측 주장을 흔드는 것이다. 친원전 측은 그동안 월성 1호기가 경제성 있었다는 이유로 원자력 판매단가 상승 예측치를 내세웠었다. 20대 국회 당시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8년 한수원 내부 참고용 초기 연구보고서를 인용, 원자력 판매단가를 ㎾h당 2018년 69.25원, 2019년 69.94원, 2020년 70.62원, 2021년 71.32원, 2022년 72.02원 등으로 상승 예상했다. 같은 당 장석춘 의원도 원자력 판매단가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간 약 74% 오른 과거치를 바탕으로 상승 전망했다.
애초 전력업계는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원자력 판매단가 상승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해 왔다. 우리나라 전력 산업이 한수원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한전 6개 자회사가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경쟁제한적 비용반영(CBP)'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 판매 수입을 각 자회사에 골고루 분배한다. 흑자가 크면 적절하게 나누고, 적자가 크면 이를 분담시키는 식이다. 한전 전기 판매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면 원자력 판매단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력이 다른 재화와 달리 모든 국민에게 제공돼야 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전력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전이 연간 판매하는 전기 수입은 정해져 있다”면서 “이 수입을 예측하고, 나눠 역산해야 정확한 원자력 판매단가가 산출된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가동 중단부터 수명 연장을 위한 계속 운전 신청 단계 등까지 경제성 논란을 반복해왔다. 압력관 등 설비 교체를 위해 5925억원이 투자됐는데, 이 가운데 2900억원이 경제성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월성1호기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액은 총 8294억원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전력업계는 월성1호기를 수명 연장했어도 천문학적 추가 비용 투입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해왔다. 실제 월성1호기와 동일 노형인 캐나다 젠틸리 2호기의 경우 계속 운전을 위한 총 비용으로 약 4조원이 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날 감사원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이 원전 판매단가와 인건비·수선비 등을 낮게 추정, 경제성을 낮춰 잡았다고 봤다. 다만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결과가 판매단가나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 경제성 유무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월성1호기는 1983년 준공된 노후 원전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총 6회 불시 정지됐다. 같은 기간 월성 2~4호기는 총 1회 멈춰서는데 그쳤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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