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18년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총 6건의 위법 및 부당 사항을 적발하고 관련 기관에 관련자 경징계 등을 요구했다. 핵심 쟁점이던 월성1호기의 경제성 판단에 대해서는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당시 원전 계속가동 평가 기준이 없어 경제성 평가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감사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한 판단을 유보, 정부의 원전 및 에너지전환 정책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비위 행위가 확인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재취업·포상 등의 인사자료로 활용토록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는 내용 등을 확정했다.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를 요구한 지 385일 만이자 2월 말 법정 감사 시한을 넘긴 지 233일 만이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2018년 외부 기관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조기폐쇄 방침을 결정, 주무 부서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조기폐쇄 가이드'를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관여했고,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방치해 평가 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는 엄중 주의 조치할 것을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한수원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해서는 △이사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 취득 사실 불인정 △본인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익을 위해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끼칠 의사 불인정 등을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감사원은 당시 산업부 실무자인 원전산업정책관과 원전산업정책과장에게는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실행에 옮긴 것을 이유로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핵심 쟁점인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한수원이 전기판매량을 산정할 때는 월성1호기 이용률을 60%로 낮춰 적용하고도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전체 원전 이용률을 낮춰 적용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한수원이 전망단가를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아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한수원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 중단에 따라 감소하는 월성본부 및 월성1발전소 인건비·수선비 등을 적정치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봤다.
다만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가 원전의 계속가동 평가 기준 부재에 따른 해석의 차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판매단가나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가동되고 있는 원전 24기 가운데 10기가 향후 10년 안에 수명이 만료되는 만큼 계속 가동 여부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나 월성1호기 안전성·지역수용성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회의 감사 요구가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문제까지 검토됐다면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부가 경제성 분석과정에 관여해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는 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향후에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산업부는 회계법인과 한수원 요청으로 해당 과정에 참석한 것”이라면서 “해당 과정에서 원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을뿐 구체적으로 특정 변수를 바꾸라고 부적정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또 “월성1호기는 2009년 계속운전 추진 단계부터 경제성, 안전성, 수용성 등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그치지 않아 조기폐쇄가 공약과 국정과제로 채택된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원전 계속가동 평가기준 없어 해석 달라질 수 있어" 단서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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