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민간 vs 공공 배달앱 '한판대결'...기로에 선 13조원 거대시장

[이슈분석]민간 vs 공공 배달앱 '한판대결'...기로에 선 13조원 거대시장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경제 주체는 빙하기로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은 '언택트'라는 썰매를 타고 얼음판을 질주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올해 연간 기준 거래액은 13조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배달의민족(배민)이 5.8%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를 발표하자 들불처럼 타오른 공공배달앱은 인천서구, 군산, 서울을 이어 다음달 지방자치단체 최대 인구(약 1370만명)를 보유한 경기도가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시범서비스 한다.

◇'B2C'는 민간기업이 알아서 한다

배민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0년 전 길바닥에 흩어진 전단지를 모아 앱에 하나하나 올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배민은 매출 5654억원(2019년 기준)에 달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5.8%의 건당 수수료를 제시하자 '깃발 꽂기'라는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배민은 두 가지 수수료 정책을 펼쳐왔다. 월 정액으로 8만8000원을 받는 '울트라콜'과 건당 6.8%의 수수료를 받는 '오픈리스트'였다.

e커머스업체인 쿠팡은 급증하는 배달수요에 부응해 지난해 5월 '쿠팡이츠'를 론칭했다. '빠른 배송'의 대명사답게 쿠팡이츠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물류 노하우를 접목해 일대일로 최단 거리 기사에게 자동 배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른 음식 배달앱의 경우 3~4건을 한꺼번에 받아 배달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쿠팡이츠는 1배달 기사당 1배달건만을 배정해 배달 시간을 줄이고 라이더 안전도 높였다.

◇배달수수료 받는 만큼 소비자 혜택으로

민간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한다면 미친 짓이다. 요즘 배달앱 업체들은 모두 미쳤다. 수익이 마이너스로 내리 꽂혔다. 지난해 매출 5654억원을 달성한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은 같은해 영업손실 364억원을 냈다. 2016년 25억원 흑자전환하면서 2018년 525억원의 흑자를 낼 때까지 3년간 영업이익은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배민이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배달앱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것 이상으로 마케팅 비용에 쏟아부었다.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무료·할인 쿠폰에 라이더 인센티브 등에 벌어들인 돈을 투입했다.

쿠팡이츠도 비슷한 형국이다.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은 지난해 적자 규모가 예년보다 조금 줄었지만 마이너스 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쿠팡이츠는 서비스 당시 수수료 15%를 책정했지만 프로모션을 현재까지 유지하며 건당 1000원을 정액으로 받고 있다. 여기에 각종 쿠폰과 라이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배달앱 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수수료 낮춰라” 공공배달앱의 반격

전국 지자체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인하에 방점을 찍고 공공배달앱 사업에 나서고 있다. 첫 지자체 배달앱 군산시 '배달의명수'를 필두로, 서울시 '제로배달유니온', 인천시 서구 '배달서구', 충북 '충북먹깨비'가 정식 출시했다. 11월 시범서비스하는 경기도 '배달특급'(11월 출시), 부산시 서구 '어디go'를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경북 '착한배달앱', 서울 광진구 '광진나루미' 등이 배달앱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군산 '배달의명수'의 지난 6월 가입자는 9만9907명으로 37%를 넘었다. 863개 가맹점을 통한 주문금액은 19억8600만원에 달했다. 경기도가 '배달특급' 시범사업 지역 화성·오산·파주 3곳을 대상으로 가맹점 사전접수를 한 결과, 당초 목표인 3000건보다 약 20% 많은 총 3699건이 6주만에 접수됐다.

공공배달앱의 강점은 낮은 수수료다. 서울시 제로배달유니온에서 운영하는 7개 중소배달앱의 중개수수료는 0~2%가량이다. 군산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는 가맹점 가입비·중개 수수료·광고료가 없는 '3무(無) 배달앱'으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경기도 '배달특급' 수수료는 2%, 인천 '배달서구' 가맹점 수수료는 0%다.

◇“수수료가 문제였더냐?”

소셜커머스인 위메프는 지난해 4월 배달, 픽업 서비스인 '위메프오'를 출시했다. 다른 배달 플랫폼과 달리 뷰티, 레저, 여가 등 티켓도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메프오는 고객 만족도, 판매량, 거리 등을 기반으로 노출하고 있어 광고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다. 입점 업체들은 고객 주문 금액에 비례해 책정하는 수수료만 부담한다. 2019년 12월 17일부터 최소 2년간 중개수수료를 인상하지 않는다. 지난달 18일부터는 기존 정률제 외에 주당 8800원을 받는 정액제 프로그램도 추가해 자영업자 선택폭을 넓혔다. 위메프오 거래액은 2020년 8월 기준 전년 대비 641% 증가했으며, 입점 업체 수는 4만여개(누적)로 전년 대비 1900% 증가했다.

코리아센터는 지역 공공배달앱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공공배달 단골앱'이라는 명칭으로 지자체마다 특성에 맞춰 명칭을 보유한다. '단골앱'의 가장 큰 특징은 상점을 방문한 고객 방문이력이 업주에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업주는 언제든 쿠폰·푸시알림 메시지 등 마케팅을 통해 단골 고객을 지속 확보할 수 있다. 코리아센터는 현재 강원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부산시 남구에 지원 사무실을 개소했다. '단골앱'은 중개수수료, 광고비, 가입비가 없고 지역화폐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급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위주가 관건”

업계에선 결국 사용자 편의성 문제와 배달 안전성 문제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군산 '배달의명수'는 앱 불안정성, 가맹점 미비 등이 불만으로 꼽혔다. 늘어나는 고객을 위한 서버 확장 등 유지보수도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공앱의 확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로 쟁점으로 발생한 공공앱이 론칭부터 안정화를 이루려면 시행착오 등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면서 “결국 앱을 찾는 소비자는 보다 싼 가격으로 보다 빨리 받을 수 있는 앱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