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얘기다. 실손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청구했다면 누구나 번거로움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과거 '보험 아줌마'라고 불리던 설계사, 집에도 없고 주변에도 없던 팩스로 청구를 하던 이전과 비교하면 스마트폰 앱에서 가능하다는 점은 성과지만 여전히 진료비 세부 내역서나 조제봉지를 찍고 신청해야 하는 불편은 여전하다. 소액의 경우 절차가 번거로워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24시간 전산처리가 실시간으로 가능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금융서비스를 경험하는 지금 시대에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할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 권고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 논의가 지속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불씨는 다시 지펴졌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국정감사를 앞두고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에 이어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재발의했다.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 보험사, 소비자까지 원하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논의를 국감에서 공론화해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감 최대 이슈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에 밀려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정무위 국감에서 살짝 금융당국에 관련 입장을 물어본 수준에 불과했다. 10여년 이를 바라던 시민단체와 국회, 보험사, 국민에게는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의료계는 여전히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세운다. 모든 의료정보가 보험사에게 제공돼 자기 이익이 목적이라면 결과적으로 소비자 보험가입 거절 등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데이터 3법이 통과되고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데이터 주권 자체를 소비자가 갖는다. 이 때문에 의료계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소비자는 '소비자 보호'란 불명확한 구호보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내가 낸 보험 혜택을 돌려받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절차가 더욱 간편해지길 바란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논의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보험금 좀 편하게 받아보자.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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