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건희 회장의 혁신·도전정신 기억하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경제·산업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향년 78세인 그가 남긴 어록과 발자취는 이제 역사로 남게 됐다. 기록 중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혁신과 도전정신이다. 이건희 회장의 어록 중에 가장 유명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나온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 이후 삼성의 매출은 40배, 시가총액은 300배나 커졌다. 우리 기업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삼성의 성장은 혁신과 도전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업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나아갈 혁신과 도전의 방향을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에 지금의 삼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계 전체의 혁신과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놓은 것도 바로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 취임 이후 5년 만인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한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라는 선택과 과감한 선제 투자라는 집중 전략이 지금의 'K-반도체'를 만들었다. 이 회장과 인연 중에 유독 반도체와 관련된 사연이 많고, 반도체 업계의 슬픔이 적지 않은 것도 이 회장의 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 말년에는 그늘도 없지 않았다.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후 6년간 긴 투병을 겪었고, 그 와중에 총수의 자리가 비워진 삼성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 그늘은 이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오롯이 바로잡힐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