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가 26일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21대 국회 첫 국감이자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권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있지만, 여야 정쟁 격화와 코로나19라는 대외 요인에 결과는 기대를 밑돌았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민감한 이슈는 정치 공방으로 번졌고, 약 2주일간 진행된 국감 전체 일정은 정책 대안 마련보단 호통과 막말로 빛이 바랬다.
◇코로나19에 증인 없는 국감…감사보다는 정쟁
“역대 가장 재미없는 국감”, “이슈가 없던 국감”
올해 국감에 대한 국회 내부 평가다. 여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과 여권 인사 비호에 매달렸고, 야권은 문재인 정권 실정 지적에 힘을 쏟았지만, 양측 모두 이렇다 할 '한방'이 없었다. 그동안 여야간 공방을 주고받던 이슈를 벗어나지 못했고, 사회적 관심을 이끈 정책 대안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작부터 변수가 많았다. 먼저 코로나19로 국회내에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감 참석인원을 최소화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가 가장 컸다. 이에 피감기관 사이에서는 국감 시작 전부터 감사 규모가 예년과 달리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증인 채택이 크게 줄었고 보건복지위 등 일부 위원회는 영상회의를 이용한 원격 국감을 실시하기도 했다. 덕분에 국감 기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감사 자체는 힘이 빠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매년 국감 때마다 화두였던 증인 채택은 올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슈성으로 자이언트 펭TV의 '펭수'와 가짜사나이 '이근 대위'의 국감 출석이 예고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서해안 공무원 피격 등 주요 정쟁 이슈 증인 채택도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 요청한 증인 대부분이 채택되지 않았고 피감기관의 자료제출까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다수 상임위가 국감 첫날부터 정회를 겪기도 했다.
야당은 국감기감 내내 주요 사안에 대한 증인 신청을 요청했고, 여당은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지만, 추가 증인 채택은 없었다. 법사위, 국방위 등 일부 상임위는 증인 채택이 계속 거부됐고, 이에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친형을 증인으로 채택해 자체 국감을 벌이기도 했다.
국토교통위원회의 경우 소관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쿠웨이트 국왕 장례식 참석으로 국감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부동산 대책에 따른 전월세 시장 혼란 등 이슈가 많았지만, 산하기관 국감 이후에 주무부처 일정이 잡히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야당에서는 부동산 정책 공세를 피하기 위해 김 장관이 조문사절단장으로 파견된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다.
증인 채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불씨는 피감기관 자료제출로 옮겨 붙었다. 야당의원들은 기관들의 자료 제출 무성의를 지적했고, 여당은 무리한 자료를 요구한다고 맞받았다. 야당의 현정부 실정과 여당의 전정권 책임론이 대치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막말과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상시 국감체제, 총선·국감 거쳐도 봉합되지 않는 갈등
올해 국감에서는 새로운 이슈의 등장이 없었다. 21대 국회 초기 여야 사이에 오고간 논란이 해소되지 못하고 계속 정쟁 이슈로 남게 됐다. 각 상임위 국감장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 다툼과 계속된 정회도 그 시작은 원 구성 다툼에서 시작한다. 법사위원장 자리싸움에 원 구성 협상이 무산됐고,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여당의원이 차지한 상황에서 국감이 열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 내내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불만을 품었고, 문제제기를 계속하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과반이 넘는 초선의원 활약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정쟁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정책 설명으로 질의를 마치기도 했고, 자료영상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국감을 처음 겪어보는 초선이 많다보니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감사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제사법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여야간 정치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여야 공감대 형성으로 정책대안을 발굴한 사례도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 등 글로벌 ICT 기업 불공정 이슈를 거론한 과방위가 대표적이다. 과방위를 통해 관련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 국회 차원에서 준비되고 있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소유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산업위에서는 국감 기간중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문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형국이다. 여당은 확대해석을 자제해야 입장이지만, 야당은 탈원전 정책 철회와 함께 관련자 고소 고발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총선부터 국회 개원, 원 구성을 지나 국정감사까지 다양한 정쟁 이슈들이 언급이 됐지만, 무엇하나 봉합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 출범 및 검찰개혁, 라임·옴티머스 사태, 부동산 정책, 에너지전환정책 논의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개원 이후 여야 모두 국회가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감이 이제 더이상 특이 일정이 아니다”라며 “주요 이슈들은 언제든지 상임위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는 상시 국감체제로 접어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표> 주요 상임위 국정감사 논란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