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에너지 전환과 전력시장 정상화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최근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 에너지전망(WE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발전설비 투자실적은 4610억달러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석탄, 가스, 원자력 등 화력설비에 투자된 금액은 487억달러로 32%, 수력을 포함한 신재생 투자액은 3110억달러로 67%, 전력저장장치에는 40억달러로 1%가 투자됐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신재생 기술이 실질적으로 현 세계 전력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돼 향후 10년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투자 전망을 410GW에서 551GW까지도 전망한다. 지난 10년의 실적 투자 규모가 145GW 정도임을 감안할 때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3년 IEA는 '천연가스 황금시대(Golden age of natural gas)'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태양광이 전력산업의 새로운 왕이 되고 있다(Solar becomes the new king of electricity)'라고 선언했다. 기술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고 분산형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매와 도매 전력시장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필수 플랫폼이다. 선진화된 도매 전력시장은 지역별 한계비용을 실시간으로 도출해 최적 생산과 최적 소비를 유인하는 가격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북미와 유럽연합(EU) 선진국 전력시장은 수요가 집중된 지역 시장가격이 높아 소비자 스스로 태양광 등 자가용 발전기를 설치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는 시장 체제 기반 분산형 전력시스템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있다. EU는 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해 회원국이 통일된 전력시장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하루전 에너지 시장을 완전히 구현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도매 전력시장은 하루 전에 예측한 수요와 공급으로 계통한계가격(SMP)이 결정되고, 공급가격은 사업자가 아닌 비용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지역별 수급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도매 전력시장이 개설된 2001년 당시에는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대규모 원전 시설과 석탄발전 단지를 개발하고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이 주요 정책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지역에 충남 및 영동권에 대규모 발전단지가 개발되고 송전망 시설이 최대화되는 현재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이 구축됐다. 지역별 가격 차이가 사실상 없고, 수도권과 같은 부하지역에 전력을 전송하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더라도 기회비용을 보상받는 현 도매시장 구조에서 분산형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1년 당시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한두 해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려던 비용기반입찰시장(CBP)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어, 2003년 도입 예정이었던 가격입찰시장(PBP)은 사람들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약 20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전력 당국이 가격입찰시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에너지 전환과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진화를 거듭한 북미와 EU 도매 전력시장을 단시간에 따라 잡는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도매 전력시장 변화와 개선은 기존 발전, 송배전·판매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상당한 영향과 충격을 줄 것이다. 우리 도매시장과 목표하는 선진 도매시장 사이 차이가 너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역으로 차이만큼 우리가 사회적 비용을 직간접적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북미, EU, 호주, 일본과 같은 주요 국가 도매시장 개혁에 따른 논쟁과 극복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해 새 도매시장 개혁 방안이 수립되고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jbae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