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어뮤직코리아(FAIR MUSIC KOREA·이하 페뮤코)는 작사·작곡가, 가수가 직접 참여하는 음악인 캠페인이다. 음악 가격을 정부가 아닌 창작자와 소비자가 결정하자는 구호를 담았다.
2018년 4월 홍대 드림홀과 KT&G 상상마당에서 두 차례 대규모 콘서트로 시작한 페뮤코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연들이 전면 중단된 올해 2월까지 294팀 894명 뮤지션이 참여했다.
음악인들이 페뮤코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음악의 가격, 저작권료다. 현행 저작권법상 음악 이용자로부터 징수하는 사용료 금액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승인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에 의해 저작권료가 책정되는 구조다.
음악인들은 음악도 여러 사람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상품'인 만큼 가격 또한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판매자인 음악인과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악이 마치 공공재처럼 가격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호소한다. 가격 자체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는 입장이다.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에 따르면 대부분 음악 사용료 요율이 10년 전 그대로다. 극소수 히트 작사·작곡가들을 제외하고는 음악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국제적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사용료 사전 승인 제도는 중국, 대만과 더불어 한국 정도만이 유지하고 있다. 음악에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의 저작권 제도로 인해 국가 간 음악 가격에 차등이 생기게 되고 무역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 음악인들의 설명이다.
음저협 저작권료 징수금액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해외 국가 징수액에 비해 현저히 낮다. 카페, 주점 등 영업장에서 받는 공연사용료는 국제 평균이 약 1만5000원인데 비해 우리는 2000원(카페·주점 최저 사용료 기준)에 불과하다.
2년 가까이 매 주말마다 지속된 페뮤코는 SNS와 입소문을 통해서도 널리 퍼져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에게 대한민국 음악인의 현실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인식은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2월 문체부가 마련한 '저작권 비전 2030 선포식'에서 '집중관리단체의 자율적 책임 강화'를 핵심 과제로 발표한 것이다.
박양우 장관은 선포식에서 사용료(저작권료)를 신탁관리단체와 이용자 간 자율적 협의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 신규 서비스나 해외 서비스 등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페뮤코를 통해 외쳤던 음악인들의 주장이 거의 그대로 발표된 것이다. 정부로부터의 이러한 변화는 역대 최초이자 페뮤코를 시행한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페뮤코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공연 홍보가 잠정 중단됐지만 음악인 권익 증진과 관련된 메시지를 담아 지속될 예정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