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바이오헬스테크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제 지구상에 이것의 중요성에 동조 못할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바이오헬스산업 중요성도 어느 산업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전통 수출산업에 집중하고, 바이오헬스 성과물은 외국에서 사오면 된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이 기회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30개 신약이 개발됐고 1000여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 분야 세계 강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승인받은 23종 바이오시밀러 중 7개가 우리나라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2013년부터 유럽 및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36만리터의 세계 최대 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4공장이 준설되면 62만리터 생산시설을 갖춘다. 이로써 바이오의약품 생산지로서 세계적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임상시험에 있어서 글로벌 톱10 및 아시아 1위를 지키고 있다. 도시별로 집계하면 서울이 산업체가 주도하는 임상시험에 있어서 세계 1위다.
이제는 국내 대학, 연구소, 기업의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하고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인해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활용해 성장동력을 확립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벤처 육성과 기술이전 활성화다. 국내 대학 및 연구소의 기초연구 역량은 매우 우수하지만 기초연구 성과가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화로 잘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구 성과의 성공적인 산업화를 위해 벤처기업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결정이 빠른 벤처기업이 안정성과 책임성을 중요시하는 대기업보다 바이오헬스 연구개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내년 2월부터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14년 만에 개편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이란 벤처기업법 상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을 의미한다. 벤처기업 유형은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등으로 구별된다. 지금까지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금융기관이 인증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기초연구, 비임상연구, 임상연구(1상, 2상, 3상), 인·허가 등 시장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게는 10년 이상 달할 수 있고, 기초연구 성과의 최종 성공확률은 1만분의 1이며,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연구비가 소요된다.
이와 같은 바이오헬스 산업 특성은 타 산업에서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바이오헬스 산업 특성을 반영한 벤처기업 인증 정책이 필요하고, 바이오벤처의 기술력 평가는 타 산업 분야와는 다른 시각에서 수행돼야 한다.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중심으로 NTB 기술은행, 테크 브리지(Tech-Bridge), 미래기술마당 등 웹 기반 기술거래 플랫폼이 활발히 운영 중이지만 연구자의 기대만큼은 기술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은 산업 공통 부분을 찾아 표준화 및 규격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안정성과 신뢰도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바이오헬스 산업을 억지로 기존 산업의 틀에 끼워 맞추어야 하는 생경함이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자칫 규제로 작용하게 될까 염려된다.
정부 및 공공기관 주도로 표준화된 산업의 틀을 적용하지 말고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가들이 벤처인증 및 기술평가 틀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극소수 벤처기업을 일벌백계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에 집중하되 나머지 부분은 민간전문가에게 과감하게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윤유식 중앙대학교 교수 thanks@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