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네트워크 화두는 무선 5세대(5G) 이동통신이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전국 5G 상용서비스 망을 구축한 것은,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매우 의미 있는 기술 적용 사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선통신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유선통신 네트워크에도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라우터와 같은 IP 전송장비의 일반 포트에 비용 효율적 광 어댑터(Pluggable Optic)만 장착하면 100~400Gbps속도로 별도의 광 전송장비 없이 80㎞에서 최대 120㎞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트랜스폰더, MSPP(Multi Service Provisioning Platform), OTN(Optical Transport Network) 등 광 전송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 120㎞ 지역에서 100G/400G 초고속 IP 패킷 전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우리나라와 같은 도시 중심의 매트로 광 전송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구성된 여건에서 더욱 큰 투자 대비 수익률 및 운용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광 전송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다시 그 기반 위에 IP 패킷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했지만 망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지므로 최대 50% 투자 비용과 최대 70% 운용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는 주요 근접 도시간 연결도 충분히 가능하므로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차세대 인터넷망 고도화 및 데이터센터 간 고속 연결, 차세대 계열사 통합망 등 기존 유선망 서비스 고도화뿐만 아니라 손쉬운 5G망 확장, 효과적인 공공 네트워크 및 디지털뉴딜 서비스 망 구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수십년에 걸친 기술 발전으로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IP 패킷 장비에 광 전송 기술이 내장된 특정 인터페이스 모듈을 장착해 제공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라우터의 일반 100G 또는 400G 포트에 필요한 거리에 맞춰 광 어댑터만 삽입하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전송이 가능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광 어댑터를 소형 장비에서부터 최대 수십, 수백개 100G 및 400G 포트를 장착할 수 있는 대형 장비까지 지원 가능한 라우터와 같은 패킷 전송 장비도 상용화가 돼 광 네트워크와 통합 및 IP 패킷 전송 네트워크 단순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광 증폭기(Amplifier)를 같이 사용하면 1200㎞까지 400Gbps 연결을 제공하는 어댑터도 상용화되고 있어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기술의 발달로 인해 광 전송 장비가 향후 불필요해진다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고밀도 파장 분할 다중 방식(Dense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DWDM)과 같은 광 전송 장비는 고속의 장거리 광대역 전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게 돼 확장된 IP 패킷 장비와 함께 통합된 망을 구축함으로써 높은 확장성, 비용 효율성을 제공하는 통합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과 출현이 유선 전송 네트워크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나 실제 적용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요인이 아니라 기존 투자에 대한 보호 및 분리된 조직이나 인력, 운영 방안 등 여러 요소가 빠른 기술의 적용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은 전문가와 책임자가 ATM(Asynchronous Transfer Mode) 등 옛날 방식에서 최신 기술로 전환 사례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빠른 변화의 수용이 향후 많은 비용 및 수고를 절감시켜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빠르게 전환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망 진화를 선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각 기술 담당 최고책임자의 과감한 결단과 직관력이 필요하다.
이상원 시스코시스템즈 코리아 부사장 sanglee@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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