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에 공을 들였지만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는 등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어려운 경제와 민생을 (국회가)살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국가적 위기 속에선 협치가 위기극복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올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67조원)의 신속한 처리처럼 내년도 본예산 처리에서도 국회가 '협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전대미문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면서 “국민은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국난극복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에 이뤄진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요인, 여야 지도부 환담에서도 '협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가 힘을 잘 합쳐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또 더 나아가서는 선도국가라는 새로운 미래에 대해서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야당 '패싱' 논란에 대해선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그동안 서로 이렇게 좀 만나서 대화할만한 그런 여건들이 서로 간에 조금 만들기가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 봐가면서 당 대표님들은 다시 한번 청와대에 초청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위기극복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치'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제1야당 반발에 의전 논란 등을 일으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이 국회 로텐더홀에 도착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수막을 설치하고 특검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항의의 뜻으로 사전 환담에 불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환담장 입구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대통령 경호처가 몸 수색을 하자 이에 반발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경호처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는 동일한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협치를 위해 국회에 오신 분들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 경호처는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지만 관례상 당 대표와 동반 출입시 검색을 면제했다”면서 '경호업무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연상 대통령 경호처장은 “현장 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
경호처에 따르면 국회 행사의 경우는 청와대 본관 행사 기준을 준용해 5부요인-정당 대표 등에 대해서는 검색을 면제하지만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 정당 원내대표가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등 경호 환경에 따라서는 관례상 검색 면제를 실시했다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신체수색 미실시 이유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낙연 대표와 함께 입장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따라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여야 대표와의 회담 등도 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기한 내 통과도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