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차입·대여 과정을 수기로 입력하고 대차거래 여부를 실제 확인할 수 없었던 국내 공매도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한 핀테크 솔루션이 등장했다. 주식을 차입하지 않고도 공매도 거래를 하는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향후 시장 확산 속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핀테크 기업 트루테크놀로지스(대표 하재우)는 28일 서울 프론트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수기 방식의 증권대차 과정을 개선해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디지털 증권대차 계약지원 서비스 상용화 버전을 시연했다. 하 대표와 주요 개발진은 모건스탠리에서 10년 이상 대차거래업무와 시스템 개발에 종사한 전문가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다시 매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매매방식이다. 보통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공매도 거래를 한다. 증권을 차입하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현재 국내 공매도 시스템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수기에 의존하는 거래 방식이다. 주식 매매는 전면 시스템 기반에서 이뤄지지만 공매도 첫 단계인 차입계약은 채팅, 전화, 이메일 등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기로 거래 정보를 입력하다가 실수가 발생하면 없는 주식을 파는 소위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수기에 의존하다보니 증권을 실제로 차입했는지 여부를 공매도 주문을 처리하는 증권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2018년 발생한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도 대차거래 계약과 실제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가 원인이었다.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대부분의 불법 공매도는 의도적이 아닌 수기 방식 계약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라며 “이같은 수기 위주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차거래 계약 전산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수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루테크놀로지스는 공매도 거래 전 과정을 전산화해 거래 계약과 내역 확인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시스템 상에서 차입 거래가 이뤄지므로 별도로 내역을 검증·입력하지 않아도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각 거래마다 별도 고유번호가 생성돼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판단하기 쉽고 추후 거래 기록을 금융당국이 확보하기에도 용이하다.
하재우 대표는 “현재 공매도를 중개하는 증권사는 차입자에게 증권 차입 여부를 의무적으로 물어보는데 실제 이를 확인할 방도는 없다”며 “디지털 대차거래 계약 시스템 기반에서는 실제 차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각 거래별 고유 일련번호까지 함께 제출할 수 있어서 차입 증빙에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트루테크놀로지스는 IHS마킷의 글로벌 시장 대차거래 정보를 시스템에서 함께 제공해 차별화를 꾀했다. IHS마킷은 글로벌 기업의 대차거래 시장 평균 수수료율, 잔고 등 대차거래시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재우 대표는 “글로벌 IB를 비롯해 국내·대만 증권사 등 총 5개 금융사와 공급 계약을 맺었고 대만에서 시스템 기반으로 실제 대차거래가 발생했다”며 “한국, 대만, 일본을 시작으로 연내 미국, 유럽, 홍콩 등으로 시스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국내 공매도 역사는 해외 선진 금융시장에 비해 아직 길지 않고 헤지펀드 역사도 짧아서 디지털 대차거래 계약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며 “금융당국, 협회, 금융사들과 긴밀히 협의해 디지털 시스템 기반으로 공매도 시장을 안정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