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BOE와 한국 엔지니어

중국 BOE가 애플에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 전용 라인을 만들었던 몐양 B11 팹 상황이 여의치 않자 패널은 청두 B7에서 만들고, 모듈은 B11에서 제조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애플 공급을 시도한다는 소식이다. OLED 최대 고객사이던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으니 BOE로서는 대체재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중화권 언론에선 BOE가 애플 공급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진위 여부야 곧 가려지겠지만 BOE의 애플 서플라이체인 진입은 시기의 문제일 뿐 실현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가능한 많은 부품회사에서 납품받으며 경쟁을 유도하는 멀티벤더 전략을 고수해온 회사다.

BOE가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9에서 전시한 롤러블 시제품<사진=전자신문DB>
BOE가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9에서 전시한 롤러블 시제품<사진=전자신문DB>

BOE의 성장을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국 엔지니어들이 BOE에서 일하고 있는 부분에서다. 그들의 능력이 우리나라에서 발휘가 됐다면,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출발한 하이디스가 중국에 매각되지 않았다면 BOE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기술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 기술을 공부하고 발전한 것처럼 우리의 기술도 어딘가로 흘러갈 것이기에 부단한 연구개발과 차별화된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강대국들이 기술패권을 쥐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하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곱씹어 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