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게임'에 집중하는 게임사... 본질론 제기도

방송 덕분에 유명해진 어몽어스
방송 덕분에 유명해진 어몽어스

게임사가 보는 게임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 몰두한다. 단순 협업을 넘어 지분 투자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 게임사가 보는 게임과 유튜버, BJ, 스트리머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협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기존에 단순 광고 혹은 제휴 형식이었다면 좀 더 밀착한 방법을 시도한다.

넥슨은 최근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에 투자를 진행했다.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나아가 인플루언서 양성까지 내다본다. 넵튠 역시 샌드박스네트워크를 비롯해 e스포츠 플랫폼 서비스회사와 e스포츠 구단에 투자한 상태다. 보는 게임 장래를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데브시스터즈, 펄어비스 등도 인플루언서와 협업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실패하기는 했지만 '믹서' 플랫폼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닌자(타일러 블레빈스)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트위치는 보기만 하는 게임에서 진행자와 방송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게임과 게임 이용자를 인플루언서를 매개로 공고하게 연결하기 위해서다.

인플루언서에 의해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생산되면 게임 수명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와 게임을 긍정적으로 브랜딩 할 수도 있다. 단순 협업에서는 한계가 있던 라이선스 문제와 뒷광고 의혹을 없애고 돌발 변수에 대응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Z세대 영향력이 커지면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Z세대는 최근 등장한 만 16~24세 사용자다.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인터넷과 친숙하다. 커뮤니케이션, 여가, 쇼핑, 은행 업무 등 일상생활 모든 측면에서 모바일을 활용한다.

Z세대 참여 의향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는 게임이다. Z세대는 인플루언서가 즐기는 게임을 보면서 동질의식을 느낀다. 인디게임 '어몽어스'가 방송을 타고 퍼져 나갈 수 있던 이유다. 어몽어스는 올해 가장 많이 팔린 타이틀 5위 안에 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인플루언서 쏠림 현상으로 게임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방송, 영상 콘텐츠에 적합한 방향으로만 기획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기획 독특함 없이 흥행 문법에 입각한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는 원인으로 지목한다. 나아가 영상 콘텐츠에 게임이 종속될 것이라는 염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스타는 게임쇼 본연 역할인 시연과 신작 공개보다 인플루언서 놀이터가 된 듯한 모습”이라며 “게임 자체 양방향 상호작용성이라는 본질을 잃기 전에 제작과 2차 콘텐츠 생산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