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들여 '중대형 이차전지' 실증단지 세운다

산업부, 핵심소재 시험·분석·평가 '원스톱'
글로벌 주도권 확보 전초기지 역할 수행
장비 전문인력 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국내 배터리 업체·中企 협력 강화 기대

정부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부상한 '중대형 이차전지' 실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핵심 소재·부품을 원스톱으로 시험·분석·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술 자립화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최근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중대형 이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주도권 확보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차전지 성능평가를 위한 실증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3년간 250억원대 예산을 투입해 실제 공정과 유사한 실증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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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는 중대형 이차전지 소재·부품 실증 인프라가 전무하다.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고가 대형 장비가 요구되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모 형태로 수행기관, (시험센터) 소재지 등을 선정할 계획”이라면서 “사업비는 정부 예산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시험센터에 전기차, ESS에 사용되는 50Ah급 중대형 이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와 부품 등을 분석·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파일럿 셀(Cell)을 제조하기 위한 믹서(Mixer), 코터(Coater), 프레스(Press), 슬리터(Slitter) 등 주요 제조장비 확보에 나선다.

산업부는 2023년까지 기관선정과 장비구축을 마치고 본격 서비스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후 품질 평가를 위한 장비 전문인력을 채용,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도 노린다.

250억 들여 '중대형 이차전지' 실증단지 세운다

배터리 소재·부품 업계는 실증 단지 조성을 환영하고 있다. 전기차와 ESS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과 제품을 만드는 국내 대형 소재·부품 업체들은 수요 기업과 6개월 이상 실증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소재 업체는 통상 1~2년에 달하는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한다. 테스트 장비를 보유한 배터리 업체들에 별도로 성능 테스트를 의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재 제조 전반에 걸쳐 기술과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면서 “협업을 원하는 소재 업체들이 상당히 많지만 (지금으로서는) 기존 소재 업체와 협업을 강화할 수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실증 단지 구축이 마무리되면 국내 중소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소재 공급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성능 테스트 기간이 단축되면 국산 소재 기반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와 ESS가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부품 자립화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내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