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넘어 산' 난제 쌓인 미래학교...개념정립부터 난관

한국판 뉴딜의 교육분야 대표 과제인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두고 난제가 쌓여가고 있다. 교육부가 별도 추진단까지 발족하면서 힘을 실었지만 미래학교나 미래교육 개념 정립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미래교육에 대한 담론과 더불어 교육 전반 규제 혁신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 시동을 걸었으나 아직 개념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민간투자(BTL)방식까지 동원하겠다고 할 만큼 대규모 예산이 소요된다. 교육부는 출발 당시 40년이 넘는 노후 건물부터 개선한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미래교육과 미래학교의 개념 정립부터 필요하다. 디지털 칠판이나 원격수업을 위한 스튜디오를 '스마트학교'라고 지칭하기는 힘들다. 쾌적한 새 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미래학교가 될 수도 없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나오지 않았는데 당장 내년부터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게 가장 큰 딜레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전담조직인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추진단까지 발족했다. 기획부터 집행 기능까지 다 갖췄다. 단순한 시설 개선 사업이라면 내년부터 추진해도 무리가 없지만 미래학교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와 교육계의 한 목소리다.

문제는 미래학교에 대한 연구 결과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나 학계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논문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분야와 건축, 에듀테크 등의 관련 분야가 함께 일을 추진한 사례도 드물다.

미래학교보다 더 작은 단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혁신 사업에서도 콘셉트를 정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부는 지난해까지는 도서관 등 특정 영역을 개선하는 영역단위 공간혁신 사업으로 성과를 냈으나 올해부터는 건물 전체로 확장된 학교단위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했다. 범위가 커진 학교 단위 사업에서는 사전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도 변수다. 사용자 참여 설계는 사용자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모델학교를 만들기 위해 제시됐던 혁신 아이디어는 개인정보 등 규제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

교육과 건축, 기술이 만나는 이례적인 사업인 만큼 이를 전담할 기관도 마땅치 않다. 교육부는 공모를 통해 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 12월 출범할 교육시설안전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들 기관도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지만 미래학교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기능은 갖추진 못했다.

최근 외부에서 제기한 추진단 비위 의혹도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학계는 조급한 사업 추진보다는 충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 분야에서 내놓은 혁신안은 교육계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 많고,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라면서 “큰 사업을 집행하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우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하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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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