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發 2차 플랫폼 경쟁 초읽기

저축은행發 2차 플랫폼 경쟁 초읽기

저축은행간 2차 플랫폼 경쟁이 불붙었다. 빅테크 등이 연달아 서민금융시장 진입을 타진하면서 전통 저축은행도 디지털 고도화 전략에 맞불을 놓았다. SBI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다수 저축은행이 기존 모바일 플랫폼 고도화에 착수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기존 모바일 플랫폼을 고도화한 '사이다 2.0'을 선보였다.

저축은행發 2차 플랫폼 경쟁 초읽기

SBI저축은행은 금융권 처음으로 '커플통장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부나 커플이 함께 통장을 관리·조회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하나의 계좌에 돈을 넣어 사용하는 명목상 '커플통장'은 존재했지만, 명의자만 통장 관리·인출이 가능했다.

과거에는 부부 중 공인인증서를 공유해 통장 관리·인증이 가능했지만, 모바일뱅크가 활성화하면서 인증수단이 휴대폰으로 들어가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커플통장서비스는 계좌에 추가 공유자를 묶어 설정해 놓으면 부부나 커플도 사이다에서 지정한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명의자가 아니어도 인출이 가능하다. 인출을 실행하고, 명의자가 승인만 하면 되는 구조다.

계획적인 소비를 위한 '통장쪼개기서비스'도 담겼다. 하나의 계좌를 목적에 따라 생활비, 비상금, 공과금 등으로 분리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룰을 지정하면 목적에 따라 필요자금이 자동 분류돼 별다른 과정 없이도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안심이체서비스'를 탑재해 보안성을 높였다. 이 서비스는 기존 은행과 수취인 계좌 확인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던 방식을 3단계 절차를 거치도록 정교화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 시대로 전환됐지만, 다수 플랫폼이 소비자가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담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사이다 2.0에서는 이런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탑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뿐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도 서둘러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0.1%라도 높은 금리를 원하는 소비자가 최근 저축은행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지만, 대부분 유지 기간이 1~2년 수준이다. 이에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편의성 제고에 나선 것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웰뱅디지털뱅크(웰뱅) 3.0'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고객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 최적의 상품이나 추천 서비스 등을 안내하는 기능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플랫폼 시대 보안 강화에 대비, 사용자 여부를 확인하는 진위확인 서비스 등도 탑재된다. 상위 고도화도 추진된다. KB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최근 '키위뱅크'와 '모바일뱅크 2.0'을 각각 오픈한 바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최근 대규모 IT혁신을 거쳐 플랫폼을 선보인 만큼 상시적으로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때문에 저축은행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지만, 이를 주거래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면서 “모바일이란 무한경쟁 속에서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간 경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