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금융사와 빅테크가 사실상 합의점을 찾았다.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상품거래 정보 중 '카테고리'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금융당국 중재로 조만간 3차 회의를 소집,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범위 관련 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금융사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보유한 물품 정보, 이른 바 '스쿠(SKU, 스토어키핑유닛) 데이터' 전체를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에 전자상거래 기업은 제품명과 규격, 수량 등 세부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제공 불가를 고수하며 2차 회의에 불참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제공 범위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던 금융사와 빅테크 간 대립이 봉합 국면에 돌입했다. 물품 주문내역 정보 세부 범위를 놓고 최근 양 진영 간 협상이 급진전됐다.
전자상거래 업계가 보유한 물품 주문내역 정보 중 상품군(카테고리) 정보만 개방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은행 등 금융사도 종전 입장에서 한발 양보해 상품군 정보를 개방 범위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예컨대 '나이키'라는 상품명이나 '운동화'라는 품목이 아닌 '패션잡화'라는 상품군 정보 제공을 논의 중이다. 더 이상 금융당국과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부 전자상거래 기업이 여전히 종전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마이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해 한발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라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면서도 “2차 회의 후 데이터 정보 제공 범위에 대한 협의가 지속 진행됐고, 물품 카테고리 정보 수준에서 개방하는 쪽으로 협상이 거의 진행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품군 정보를 특정해 제공하면 금융사도 보다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서 “양 진영이 정보 범위를 놓고 이견이 있는 건 맞지만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는 같아서 조만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다만 주문내역 정보의 '신용정보 범위 포함' 여부는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계는 물품 정보 중 일부를 개방하더라도 신용정보법 시행령에서 주문내역 정보를 신용정보 범위에 포함한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에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에 포함되며, 시행령 변경이 아닌 워킹그룹에서 합의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주문정보 개방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잇달아 만남을 갖고 산업 활성화 중요성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마지막 회의 때 금융위가 전자상거래 업체와 단체에 상품군 정보를 어떻게 정리해 제공할지 의견을 모아달라고 했다”면서 “현재 업계 의견 등을 취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도 “거래내역 범위에 대한 협의는 최근 많은 진전을 이뤘고, 조만간 세부 내용 등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금융사·빅테크, 사실상 합의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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