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1>경력단절여성 지원이 아닌 여성경제활동 촉진으로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은 OECD 가입국 중 매우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자체는 OECD 가입국 충 최하위인데, 여학생 대학진학률은 73.8%로 남학생(65.9%)에 비해 7.9% 높다(통계청, 2018년). 또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뚜렷한 M자형을 보이고 있다. 우수한 여성 인적자원이 결혼, 임신, 출산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돼 경력단절여성(경단녀)으로 남거나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않는 규모가 상당하다.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의 큰 손실이다.

정부는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개인적 차원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통감하고 2008년 '경력단절여성 등 경제활동촉진법'을 제정해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직업훈련-구직활동-취업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제도와 사업의 법적 기반이 됐다.

하지만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제도 시행 12년을 맞는 올해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시행되는 지원 사업을 통해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여성도 경력단절 이전 일자리와 비교해 고용의 질(고용 안정성, 임금 수준 등)이 크게 떨어지는 일자리로 취업하는 실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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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가구주가 여성인 가구는 전체의 31.2%며, 여성 가구주 중 미혼 여성 가구주는 24%에 이르고 있다. 여성 가구주 비율은 점차 증가 추세며 여성 1인 가구 비율도 2000년 130만명에서 2019년 291만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층 규모가 급격히 하락하고 남성 52%, 여성 43%만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 디지털화 등 기술발전은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세계적 유행병은 일하는 방식과 사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디지털 문해력, 활용력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것임을 우려한다. 취업 취약계층인 여성, 특히 경력단절여성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해당 제도의 성과와 함께 사회기술적 변화는 경력단절여성 고용 촉진에 대한 국가적 노력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여성 전체를 포용하는 차원의 고용유지 지원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경력단절여성법 내용과 정책 대상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에서 모든 여성 경제활동 인구로 확장하고 그 범위에 맞도록 법명과 내용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법적 내용을 보다 통합적으로 '여성 경제활동촉진법'으로 확장하고, 정책대상을 지원 우선순위에 따라 경력단절여성, 취업경험이 없는 여성 그리고 재직여성근로자로 두되 3집단 모두를 포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상별 실태조사를 매년 수행해 이를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적절한 정책과 사업을 마련하고 개선점을 모색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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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10년간 저출산, 고령화 지속은 결국 15~64세 경제활동 인구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는 결국 국내 경제성장잠재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에 우리 사회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로 초고령 사회가 된다. 노동시장이 여성 경제활동 촉진에 적합한지, 고용 요건은 여성 경제활동 유지에 적절한지, 사회적 안전망은 여성 노동권과 모성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튼튼한지를 점검하고 그 내용을 새로운 정책 방향에 맞는 방식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심지현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