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국내 증시는 '트럼프 수혜주' 택했다

미국 대선이 시작된 4일 국내 증시는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기술주, 5G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고 바이든 수혜주로 거론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치열한 득표 경쟁이 벌어지면서 혼조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방향이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국내 증시는 전날 미국 증시가 '블루웨이브'와 대선 후 불확실성 완화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마감하면서 오름세로 출발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간 초접전 양상이 벌어지면서 오전 10시경 하락 전환했다가 다시 상승하고 이후 상승폭이 줄었다가 커지는 등 변화가 잦았다. 코스피는 0.60% 상승한 2357.32, 코스닥은 1.04% 상승한 826.97로 마감했다.

인터넷, 반도체, 5G, 바이오주가 상승했고 풍력, 태양광, 이차전지, 수소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1시(현지시간) 기준 전체 득표수에서 바이든 후보를 앞섰고 6개 핵심 경합주 중 5곳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트럼프 수혜주로 예상되는 종목군 중심으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바이든 수혜주로 꼽힌 신재생에너지 종목군은 하락했다.

인터넷주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6.84%, 4.95 상승했고 반도체주인 DB하이텍이 7.29%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실적발표와 맞물려 2.46% 상승했다.

5G 종목 중에는 기가레인 10.37%, 에이스테크 9.17%, 오이솔루션 6.67%, 대덕전자 6.50%로 각각 상승하는 등 5G 관련주 대부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풍력에너지 관련 기업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분야 대표 종목으로 꼽혀온 씨에스윈드는 -9.86% 하락했고 씨에스윈드와 협력관계인 삼강엠앤티 주가도 -9.91% 하락했다. 태웅과 동국S&C도 -9%대 하락했다.

태양광, 이차전지 기업 주가도 내렸다. 신성이엔지와 한화솔루션은 8%대 하락했고 수소 관련주인 효성중공업과 두산퓨얼셀은 각각 〃5.81%, -3.23% 하락했다.

증권가는 대선 결과에 관계 없이 당분간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고 무엇보다 추가 경기 부양책 합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 대선을 보면 대선 직전 2개월 동안 증시가 하락했고 대선 후인 11월과 12월은 증시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선 후 불확실성이 해소돼 증시 변동성이 안정됐다는 점은 이번 미국 대선을 위험자산(성장주) 비중 확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표 차이가 적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큰 증시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치뤄진 제43대 미국 대선에서 선거일 후 35일만에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확정됐는데 이 기간 동안 나스닥지수는 〃14.2%, S&P500은 〃4.2%로 하락했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1.9%, -12.4%를 기록했다.

표. 2000년 11월 7일 미국 대선 후 35일간 지수별 수익률 추이 (자료=대신증권)
표. 2000년 11월 7일 미국 대선 후 35일간 지수별 수익률 추이 (자료=대신증권)

한편 다수 경합주에서 우세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되면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대국인 미국 경기의 안정적 회복은 세계 경기 반등에 기여해 해외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 회복 기대가 가능해진다.

대선 후 금융시장은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의 경우 어느 쪽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며 원화는 대내외 여건 반영 시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며 “미국은 코로나19 부양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갈등은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서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재선전략 차원에서 코로나19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는 등 발언으로 관계가 악화됐다”며 “당선된 이후에는 비즈니스차원에서 무역합의를 이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