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철강과 자동차를 대표적 무역 불균형 사례로 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우리나라가 비관세 수입장벽을 높여 자국 자동차 수출을 막는 것은 물론 한국산 철강제품이 덤핑 수출되면서 미국 시장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자국 경기 활성화를 위한 보호무역주의의 발현이다.
미국 차기 행정부도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주요 기업의 오프쇼어링(해외 이전)이 자국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구제조치와 수입규제를 늘리면 우리나라 대미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통상 정책을 다시 가다듬고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4일 대선을 마친 미국 정부는 당분간 첨단산업 등에서 공급사슬 내재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 모두 리쇼어링(본국 회귀)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악관뿐 아니라 상·하원에서도 이 같은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글로벌가치사슬(GVC)를 구축, 첨단기술 시장에서 새로운 통상환경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은) 공급사슬 국내화를 강조하는 한편 이미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복귀를 촉구할 것”이라면서 “기업의 신규 해외이전도 규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관계 변화를 지속 파악하는 한편 양국에 집중된 국내 산업 공급망을 다른 국가로 다각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이 우리 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서 한국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급망 국내화 정책이 성공하면 한국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기술냉전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이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을 분석해 기술투자, 투자진출, 인수합병 등으로 틈새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4일 오후 4시 현재(한국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접전 양상을 보였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20개 선거인단을 확보해 213개인 트럼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다.
미 CNN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55개)에서 67% 득표율을 얻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로 선거인단 수가 많은 텍사스 주(38명)를 52.2% 득표율로 차지했다.
대통령 당선 당락의 '키'를 쥔 6개 경합주에선 접전 양상이다. 6개 경합주는 선거인단 수가 총합 101명으로 지난 2016년 대선 때 승부를 가른 곳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공동취재 안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