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접전 끝에 제46대 미국 대선에서 승기를 잡았다.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무역 분야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 CNN에 따르면 5일 오후 1시 현재(한국시간) 바이든 후보는 253개 선거인단을 확보해 매직넘버를 '17'로 줄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은 선거인단 213개를 가져가는데 그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년 간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통상 정책을 펼쳤다.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한 감세 및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외적으로 중국을 향한 공세가 거셌다.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자국에 피해를 입혔다며 여러 규제를 끌어들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와 비교해 무역구제조치를 남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업을 비롯한 자국 내 노동시장을 감안, 대중 견제 강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미국 중심으로 신뢰 가능한 가치 사슬을 만드는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변함없는 중국 견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대중 견제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클린턴, 오바마 등 민주당 정부는 중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편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 미국 정치·외교 관계자들의 공통적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미국 무역적자 원인이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적 번영이 체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 일당독재체제 강화에 따른 위협 증가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도전을 강력하게 견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 분야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첨단 기술 분야를 특정해 규제에 나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그 자회사를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화웨이가 미국 내 정보를 중국 정보에 제공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통상환경 완화 기대
바이든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서는 국제 통상 환경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외교전문가로 활동한 바이든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과 결속을 강화하면서 통상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주도했다. 상대국과 일대 일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와 달리 다자간 무역협상에 전향적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통상방식에 익숙해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의 방식에 따라 대미 투자전략을 변경하는 등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세계무역기구(WTO)와 관계 개선도 기대된다. 그동안 바이든은 WTO 체재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에 따라 WTO 규범과 충돌하는 무역구제조치 남용은 물론 슈퍼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확대 해석에 따른 수입 규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 회복에 집중…신뢰성 있는 공급망 만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중 어떤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무역적자 개선 정책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미국의 세계 수출액은 약 1조6452달러다. 수입액은 2조4984달러 수준이다. 연간 무역적자는 약 8532억달러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와 무역 불균형 완화를 주장하며 이를 개선하는데 힘을 쏟았지만 무역적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 경재력 확보와 수출 확대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공급망 국내화를 중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코로나19 등으로 가치사슬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바이든은 의약품 등 필수산업 공급사슬의 국내화를 강조하고 있다. 해외 이전 기업에는 중과세, 자국으로 복귀하는 기업에는 세제지원을 약속했다.
산업연구원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국 노동계의 자국 내 영향력이 트럼프 임기 때보다 강화될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이) 대미 관계에서 신뢰를 강화해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기회를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