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 행정부 출범이 예상되지만 중소기업 수출 환경은 녹록치 않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미·중간 무역 분쟁은 양국간 패권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간재 생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중국향 수출 물량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4일 중소기업연구원 등 중소기업계는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과 중국이 각각 중심이 되는 역내가치사슬(RVC) 체계가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각국이 별도의 거대 경제권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무역질서가 굳어지면 우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기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중소기업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1%, 11.6%로 가장 높다. 전체 중소기업 수출 가운데 원자재와 자본재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좁아지면 국산 중소기업의 수출도 덩달아 감소하는 구조다.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다른 국가 역시 한국산 중간재 수입을 줄일 공산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은 2016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 총 수출 규모가 0.3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든의 공약은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생산'을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를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자주의를 통한 통상 질서 유지에 힘을 싣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규범을 만든다는 목표 자연스레 다자 역내가치사슬 체계를 만들 공산이 크다.
탄소조정세로 대표되는 친환경 공약 역시 우리나라 제조 기반 중소기업에게 부담이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은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최근 들어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핵심 수출 품목이 부품·장비 등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자동차·석유제품 등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비중이 큰 품목은 올 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이 주로 영위하고 있는 화장품, 진단키트 등 기타정밀화학제품,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은 전년 대비 수출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수출이 급증한 진단키트, 손소독제 같은 방역 제품과 비대면 유망 품목이 늘고 있다.
전체 수출 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총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2%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의 수출은 같은 기간 오히려 4%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중소기업의 수출은 1.7%(잠정)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총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뒷걸음질쳤다.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수출 시장 다변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들어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은 일본,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온라인 수출 물량 대부분은 화장품 등 소비재로 파악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급변하는 통상환경을 고려해 온라인 수출 프로그램 지원 체계를 보다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홍성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제 통상환경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은 기술적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동시에 수출시장, 생산기지 다변화 노력을 통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용과 무관. HMM 초대형컨테이너선. [사진= HMM 제공]](https://img.etnews.com/photonews/2011/1352863_20201105140718_183_0001.jpg)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