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업계 관련 화두는 주 52시간 근무제였다. 52시간 초과 근무 관련 여러 이슈가 제기됐다. 게임업계는 불가피하게 발생한 초과 근무는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7월 도입됐다. '근로자 노동 강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게 목적이다. 제도는 도입 당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게임 업계 우려가 컸다.
이들은 각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근로시간 적용이라고 반발했다. 몇몇 외국 투자자는 주 52시간이 한국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비판 섞인 우려를 나타냈다. 노동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 투입량만 줄이면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역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52시간 근무제로 게임 산업 생산성이 하락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ICT와 게임업계 주장은 근무 시간을 다시 늘려달라는 게 아니다.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자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단 업무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는 한 달 단위로 평균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한 달이 4주라면 20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ICT나 게임은 산업 특성상 이를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다.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대량 인원을 투입, 한두 달 간 최종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 때 시스템 오류를 비롯해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일정 준수를 위해 부득이한 초과 근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일부 게임사를 중심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정산 기간을 3개월로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달에 특정 이슈로 근무 시간이 늘어난다면 다음 두 달간 그만큼 근무 시간을 줄여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같은 요구가 ICT나 게임업계 전체의 생각은 아닐 수 있다. 주로 개발 비중이 높은 회사에서 3개월 단위 정산 필요성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특정 산업군에만 맞춰 제도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제도의 근본 개선 없이는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완전히 뿌리 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사업주에게 강한 책임을 지워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경우는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 처벌 규정은 없다. 독일은 근로시간 기준을 어기면 회사에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에서 연간 720시간을 시간 외 근무의 상한으로 정했지만 연장근로 시 가산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할수록 ICT의 중요성은 커진다. 게임 역시 콘텐츠 수출액 67%를 차지하는 효자산업이다. 유연성 없이 처벌만 강화한 현 제도가 국내 기업의 경제적 기여와 산업적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제도인지 살펴봐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