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박정영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CO₂) 분자가 로듐(Rh) 촉매 표면에서 분해되는 순간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고 6일 밝혔다. 문봉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 김현유 충남대 교수팀이 함께 했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CO₂를 제거해 유용 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화학반응 직접 증거를 제시했다.
포집된 CO₂를 메탄이나 메탄올과 같은 청정 연료로 전환한다면, 지나친 석유 의존을 극복하고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CO₂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전환에 높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일산화탄소(CO)와 산소(O)로 분해시키는 초기 과정에 고압 반응이 필요하다. 최적 반응경로 설계 및 전환 효율 향상을 위해 분해 메커니즘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실제 반응 환경에서 CO₂ 분해과정을 실시간 관찰하고자 했다. 크기가 수 옹스트롬(Å:10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한 CO₂ 분자는 화학 반응기 내부 압력이 충분히 증가하면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구조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론적 예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머리카락 두께의 10만 분의 1 해상도를 가지는 '상압 주사터널링현미경(AP-STM)'을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에 맞닿은 CO₂ 분자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가로·세로 폭이 각각 2~5㎜인 로듐 촉매 표면에서 CO₂ 분자들이 서로 충돌하다 결국 CO로 분해됐다.
이후 연구진은 '거대 빛 현미경'으로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의 미세한 화학 결합 에너지 변화를 측정했다. 상압 환경에서 반응 시작 후 CO가 서서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구조변화를 일으킨 CO₂ 전자구름(전자 위치의 확률적 분포) 밀도 차이가 로듐 촉매 표면에서 극대화됨을 발견했다. 로듐 촉매의 표면에서 이산화탄소의 분해가 시작된다는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박정영 IBS 부연구단장은 “CO₂가 촉매 표면에서 스스로 분해된다는 이론은 오래 전 제시됐지만, 실험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40여 년간 난제로 여겨졌다”며 “향후 CO₂ 전환률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연결고리를 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