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天朝國)'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하늘의 왕조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21세기 초강대국인 미국을 지칭하는 인터넷 은어입니다. 군사·경제·문화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미국을 일대일로 따라잡을 수 있는 나라는 현재 없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죠.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을 겁니다. 대통령 선거 투표는 종료됐는데 여전히 당선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죠. 또 '우편투표'를 두고 법정 공방까지 예고되면 혼란이 계속되고 있죠. 이는 대통령 선거 방식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왜 이리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 그 특징과 의미를 알아봅니다.
Q: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떤 방식인가요?
A:미국 대선 방식을 이해하려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알아야합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프랑스 등과 같은 나라와는 태생이 다릅니다. 이민자가 세운 나라죠. 역사가 200여년에 불과합니다. 또 독립된 50개 주(state)로 이뤄진 연방국가입니다. 나라가 세워진 뒤 행정편의상 50개 주로 나뉜 것이 아니라 50개 주가 모여 생겨난 나라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각 주에서 뽑은 연방의 대표입니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직접선거제) 우리나라 등과는 다릅니다. 각 주의 대표가 대통령을 뽑는(간접선거제) 형태입니다. 국민(주민)은 대통령을 뽑을 주의 대표에 한 표를 행사합니다. 이를 '선거인단'이라 부르죠. 미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 수와 상·하원의원 수 등을 고려해 달라집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는 선거인단이 55명입니다. 인구 수가 적은 알래스카 주 등은 3명에 불과하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 수는 연방 하원의원 435명, 상원의원 100명 그리고 워싱턴 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538명입니다. 과반인 270명 이상 선거인단을 가져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구조죠.
역대 미국 대선에서는 전체 득표수가 적었음에도 선거인단 수가 더 많아 승리한 후보가 여러 명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현 미국 대통령)에게 득표율은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 밀려 패했습니다.
Q:승자독식 구조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A:미 대선의 또 하나 특징은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를 예로 들어보죠.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818만18표를 획득해 415만2425표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에 승리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유권자의 65.1%가 바이든 후보를 택했죠. 캘리포니아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수가 55명입니다. 그렇다면 65.1%의 지지를 얻은 바이든 후보는 55명 선거인단 중 65.1%, 약 30명의 선거인단(표)을 확보한 것일까요? 결론적으로는 아닙니다. 승자독식 구조라는 것은 과반이 넘는 주민 투표를 받은 후보(실제는 선거인단에 투표)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표)를 모두 가져가는 것을 뜻합니다. 99.9% 표를 획득했건, 50.1% 표를 획득했건 얻은 표가 과반 이상이라면 그 주에 해당하는 선거인단 수는 모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후보는 자신을 뽑지 않은 34.9%의 캘리포니아 주민 투표와는 관계없이 캘리포니아 주에 배정된 55명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것입니다.
단 앞서 말했듯이 미국은 독립된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입니다. 선거방식 또한 주별로 차이점이 있습니다. 승자독식 구조는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가 채택하고 있습니다. 네브라스카 주와 메인 주는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누는 방식을 택합니다. 복잡한 선거구조가 더 복잡해지는 셈입니다.
Q:미국은 왜 이런 복잡한 선거방식을 고수할까요?
A:연방헌법 제정 당시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은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각주 대표가 국가 원수를 뽑는 방안을 결정했습니다. 인구가 많고 적고의 차이를 떠나 각 주의 권리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서였죠.
당시 시대적 배경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흑인 노예제도를 운영하던 나라였죠. 노예가 상대적으로 적고 백인이 많은 북부 주는 백인 남성만의 투표를 요구했지만 전체 인구의 40%가 노예인 남부의 주는 반대했습니다. 이에 최초 합의된 선거인단 91명은 노예 한 명을 백인 한 명의 5분의 3 표로 계산, 인구에 비례해 주마다 선거인단을 배분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도 이 같은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미국 연방헌법에 선거인단 제도가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나라의 기초를 세우는 법이죠. 일반 법과 달리 개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이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 주도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거인단 제도는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갖는데, 이를 공화당과 민주당이 바꾸려고 노력할 이유는 없죠.
일부 전문가들은 선거인단 투표 구조가 미국 국민이 원하는 방식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선거인단 투표 제도에선 대선후보가 전국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들은 인구가 많은 주뿐만 아니라 작은 주의 유권자 관심이나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중서부 시골마을에도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이죠.
Q:우편투표란 무엇인가요?
A:우리나라는 투표를 투표소에 가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권자 투표 참여를 높이고자 사전투표라는 제도도 운영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도 하고 투표 당일이 아닌 사전에 투표를 하기도 합니다. 우편투표란 우리나라로 치면 부재자투표와 같은 개념입니다. 부재자, 즉 투표소에 갈 수 없는(군인이나 해외거주 등)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죠. 미국은 이 같은 부재자 투표가 우편투표로 더 진화했습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우편으로 유권자 집에 투표지를 보냅니다. 우편투표는 이 투표지에 투표를 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유권자가 이를 꼭 우편으로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유권자는 투표지를 우편 외에도 직접 선관위에 전달하거나, 특정 장소에 마련된 수거함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 모든 주 정부는 우편투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많은 미국 국민이 우편투표를 택했습니다.
우편투표는 유권자가 직접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것과 달리 논란이 많습니다. 등록된 유권자 서명과 투표 봉투의 서명이 일치하지 않거나, 투표한 봉투가 선관위 봉투가 아니라거나 마감일을 넘기는 경우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에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우편투표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선거 개표 결과를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단계별 정리' 김동영 지음, UUP 펴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단계별 정리를 다룬 이론서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기초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2016년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를 예로 들어 각 당의 대의원이 모여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설명한다. 후보 지명 외 전당대회의 다른 중요한 목적과 의미도 살펴본다. 일반 유권자가 투표하는 11월 선거 목적과 유래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선거인의 배정 방식을 다시 연방주의라는 미국의 독특한 정치제도에 연결시켜 설명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다시 연방주의의 틀에서 그 제도적 합리성을 살펴본다. 부록에서는 초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2016년 45대 대통령 선거의 상세한 결과를 저자의 주석과 함께 다룬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미국의 역사' 질비아 엥글레르트 지음, 장혜경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우리가 궁금했던 미국에 대한 다양한 상식과 교양을 전해주는 책. 미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상식과 교양을 미국의 역사 속에서 찾아내어 들려준다. 저자는 경쾌하고 발랄한 문체로 미국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 역사의 맥락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책은 오늘날 미국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역사 속 실존인물 일기, 기행문과 같은 체험담을 바탕으로 생생한 역사 현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시대마다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미국 역사에 대한 풍부한 상식과 폭넓은 교양을 제공한다.
엘도라도를 찾아 모험을 떠난 탐험가의 시대,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있는 이민자의 시대, 서부 개척의 카우보이 시대, 경제 발전과 함께한 광란과 히피의 시대 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역사, 지리, 문화, 인물 등이 한눈에 정리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