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플레이션 걱정없나

[사설]디플레이션 걱정없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1(2015년이 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지난 6월(0.0%) 이후 가장 적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6∼8월 0%대에서 머무르다 9월 1.0%로 올라섰으나 지난달 다시 떨어졌다. 정부는 통신비 지원으로 통신료가 -21.7%로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자물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통신비 2만원 지원에 휴대전화 요금이 내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에 기여했다”면서 “경기가 둔화한 영향도 있겠지만 정책지원 여파에 근원물가 상승률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진입 징조가 아닌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는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정책 효과에 따라 일시 하락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먼저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 물가가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물가가 요동친 것이다. 장기 추이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5월 0.3% 하락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점차 회복하다가 다시 10월에 멈춰 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올해 월평균 0%대를 오르내렸다.

일단은 11월 물가지표가 나와야 알 수 있다. 통계청은 현재는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일시 침체라면 다시 반등해야겠지만 유가하락 등과 맞물려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 원인은 시중에 통화량이 크게 줄면 나타난다. 시장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축소하면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주춤한 상태다. 장기 침체로 접어들었다는 직접 지표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 확대에 나섰지만 언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었다. 반짝 반등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이제는 디플레이션을 염두해 둔 근본 경제 처방이 나와야 한다. 경제 정책은 시의성이 중요하다.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