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토요타, 수소전지 경쟁 '선박'시장으로 확전

현대차-토요타, 수소전지 경쟁 '선박'시장으로 확전

현대차와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 경쟁이 자동차에서 소형 선박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잠재력이 큰 대형 선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양사 모두 해양 환경에서 상용화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6월 국내 스타트업 빈센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토요타는 프랑스의 에너지 옵저버 프로젝트팀, 스타트업 히노바 요츠와 협력해 지난달 시제품을 선보였다.

수소연료전지에 배터리 기술 등을 결합한 친환경 선박이다. 순수 전기 선박과 달리 별도 충전이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다. 수소탱크만 갈아 끼우면 언제든 재운항이 가능하다. 전기 선박 대비 상대적으로 항해 가능 거리도 길다. 그러나 아직까진 양사 모두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차와 빈센은 내년 12월까지 14m 크기의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데 협력한다. 현대차는 넥쏘에 탑재하던 95㎾급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한다. 빈센은 수소연료전지 4개에 ABB사의 전기모터 등을 맞물려 파워 매니지먼트 시스템(PMS)을 완성한다. 차량에서 상용화한 수소연료전지를 해양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해당 개발 과제는 전남 영암군이 발주한 사업이다. 빈센은 친환경 선박 완성도에 따라 양산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최대 500마력까지 뽑아낼 수 있어 내연기관 소형 선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빈센이 개발하고 있는 파워매니저먼트시스템(PMS) T800
빈센이 개발하고 있는 파워매니저먼트시스템(PMS) T800

토요타는 지난달 에너지 옵저버 프로젝트팀, 히노츠 요츠와 개발하는 12m 크기의 친환경 선박 '히노바 40'의 항해 테스트를 진행, 대서양에서 7000해리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시제품에는 90㎾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 'REXH2' 1대가 탑재됐다. 토요타가 승용 수소전기차 미라이에 적용한 수소연료전지를 해양 환경에 맞게 개발한 형태다. 시제품은 출력이 낮아 아직 상용화에 적합하지 않다.

친환경 선박 히노바 40 시제품에 장착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REXH2
친환경 선박 히노바 40 시제품에 장착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REXH2

현대차와 토요타가 소형 선박에 수소연료전지 적용을 고려하는 건 선박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선박을 포함해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 중이다. 선박 추진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떠오르면 수소연료전지 수요가 급증, 현대차와 토요타에 막대한 매출을 안기게 된다.

승용 수소전기차에는 수소연료전지 1개가 들어가지만, 소형 선박만 하더라도 4개가량 들어간다. 물의 저항이 공기 저항의 1000배에 달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 선박의 경우 수백, 수천개의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야 한다.

현대차, 토요타 등이 소형 선박을 건너뛰고 곧장 대형 선박 사업에 뛰어들기엔 기술력이 부족하다. 방폭기술도 확보해야 대형 선박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토요타 모두 소형 선박을 통해 해양 환경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노하우를 확보한 뒤 대형 선박을 공략할 전망”이라며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시작돼 수소연료전지 업체엔 시장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