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신산업 분야 공공소프트웨어사업 대기업 참여제도 운영지침에 대해 '위법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지침 운영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 사활이 걸린 사안에 법제처가 모호한 답변으로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용빈 의원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말 '신산업 분야 공공소프트웨어사업 대기업 참여제도 운영지침'의 위법성에 대한 법제처 답변을 전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7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이용빈 의원은 신산업 분야 대기업 참여 지침이 공공소프트웨어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법) 제정의 취지와 어긋나는 하위 지침이라고 지적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필요하다면 법제처 검토를 받겠다고 답했다.
법제처는 '위법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지침 운영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위법성 여부 관련 질문에 위법하지 않다면 지침을 운영할 수 있다는 분명치 않은 해석을 내린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법제처 답변을 전달했을 뿐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용빈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운영이 가능하다는 당연한 답을 한 것”이라면서 “여전히 문제가 있어 법 개정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 시행된 '신산업 분야 공공소프트웨어사업 대기업 참여제도 운영지침'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혁신성장동력 13대 분야가 대상이다.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를 인정받는다. 올해 8월까지 74개 사업(약 4300억원)이 대기업 참여를 인정받았다.
이용빈 의원은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법에 없는 신산업 분야 대기업 참여 지침을 만들어서 상위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은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되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사업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정해서 고시하는 사업은 예외를 인정한다. 이 외에 참여 제한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통지해야 한다.
신산업 분야도 장관이 대기업 참여를 권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입장이다. 2015년에 지침을 만들 당시 다양한 검토를 했고, 수년간 운영해 온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오는 12월 시행하는 공공소프트웨어사업 제도의 개선안에는 '신시장 창출효과' 등 신산업 분야 심의 기준 개편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 사유를 장관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외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명확히 하고 법 제정 취지를 살리자는 의도다. 해당 법안이 법제처와 상임위 등을 거치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도입의 취지와 신산업 분야 대기업 참여 지침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중소 SW 업체 관계자는 “이 의원 지적대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만든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신산업 역시 대다수 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제도 자체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신산업 분야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 인정 사업
자료:이용빈 의원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