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규모 접종이 가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소요되는 만큼 섣부름 기대감에 대해 경계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0일 중대본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화이자 발표는)긍정적인 결과라고 평가 한다”면서도 “백신의 효과가 어떨지는 더 두고봐야하고 허가, 생산,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1~2달 내에 접종이 가능하거나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 시점까지 방역체계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90% 이상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개국 4만3538명의 임상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가짜 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두 실험군을 통틀어 현재까지 94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중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백신 개발사의 자체 발표이고 중간 분석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 효과는 일반적으로 40~60% 수준인 독감 백신 효과 대비 두 배에 이르는 수치로 홍역 백신(93% 효과)만큼 예방 효과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백신의 장기간 안전성과 효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간 결과에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중에서 처음으로 중간 분석 결과 90% 이상 효과를 냈다는 것에서 고무적인 소식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는 시점까지 지켜봐야하고 이후 대규모 접종 과정에서 중증이상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관한 데이터를 점검한 뒤 11월 셋째주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 FDA는 백신 허가를 위해 최소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5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요구하고 있다. FDA가 두 번째 접종을 마치고 난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의 데이터를 긴급사용승인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11월 셋째주가 되면 백신 항체생성역가비율이나 지속기간 등 과학적 데이터가 함께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용화 이후 유통과 공급에 있어서도 과제가 있다. 최근 국내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생긴 것처럼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화이자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mRNA 백신으로 영하 70도 초저온냉동고에서 보관 유통해야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효과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백신이 각 의료기관에 전달되기까지 보관과 유통 문제가 대규모 백신접종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