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협정 재가입 절차를 취임과 함께 밟겠다고 밝히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지구촌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오는 2023년 탄소국경세까지 꺼내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라 통상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비용부담과 인프라 문제 등을 들면서 난색을 표한다. 최근 기후변화협정을 둘러싼 주요국 현황과 우리나라 대응 방향을 점검한다.
◇파리협정 재가입 추진하는 바이든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당선되는 즉시 파리협정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같은 날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후 나온 발언이다. 바이든은 이날 파리협정 공식 탈퇴를 보도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정확히 77일 뒤에 바이든 행정부는 협정에 다시 가입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가 말한 '77일'은 미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까지 남은 시간이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부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10년간 1조7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탄소세 도입을 공약했고 탄소국경제 도입에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6월 파리협정이 자국 노동자에 불리한 조약임을 강조하며 탈퇴를 선언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미국의 탈퇴 의향서는 2019년 11월 4일에 유엔(UN)에 제출돼 이달 4일 효력이 발생했다. 바이든이 취임 후 재가입을 추진하면 내년 2월에 당사국 자격을 회복한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정책을 바로 뒤집으면서 미국의 '탄소중립' 선언도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은 공약으로 수송부문 감축을 위해 중소형 차량의 신규판매를 100% 전기차로 전환하고 화물차량도 연차별로 개선키로 했다. 또 2030년까지 신규 충전소 50만개소 설치와 구매보조금 지급도 공언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실업 위기에 놓인 광산과 석탄화력발전 관련 노동자와 지역에 대한 지원도 실시할 방침이다.
건설부문에선 4년간 400만개 상업용 건물과 200만개 주택에 단열재 공급 등 개량을 통해 건설과 제조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4년간 4000억달러를 들여 청정에너지를 연구개발한다. 기후 관련 고등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청정에너지 공급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일본까지 '탄소중립' 가세
미국의 탄소중립 가세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과 일본 등 대규모 탄소배출 국가가 함께 동참한다는 점에서 지구촌 탄소중립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EU, 중국, 미국, 일본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목표를 달성하면 전체 탄소배출량의 60%를 감축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2030년 탄소배출정점에 도달한 후 30년 후인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2016년 온실가스 배출이 122억톤으로 미국의 약 두 배에 이른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감축 계획과 달성방안을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인 '제14차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내년 3월 예정된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일본도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임시국회 개막 국회연설에서 2050년 온실가스 '탄소중립'을 목표로 발표했다.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12억8900만톤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스가 총리는 주요 감축 수단으로 차세대 태양광과 탄소재활용과 안전에 우선한 원전 활용을 언급했다.
EU 각국은 지난해 탄소중립 선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탄소배출 함량이 높은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논의를 시도했다. 지난 7월 EU 특별정상회의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특정분야에 탄소국경세 도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식은 탄소함량이 높은 분야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EU 경제회복기금 7500억유로를 조성하려는 차원이자 EU 자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LEDS 연말 제출 예정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에 발맞춰 장기저탄소전략(LEDS)를 유엔에 제시할 계획이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우리나라도 당초 계획한 대로 LEDS를 올 연말께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여기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 방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LEDS 수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에너지전환, 산업, 수송 등 7개 분과에서 학계·산업계·시민·종교 단체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운영했다.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그린뉴딜 수립도 이 일환에서 추진됐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인프라·에너지 녹색전환을 위해 42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공급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수소에너지시대를 앞당기고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통해 계통 섬에서 벗어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정부 감축 계획에서는 화력발전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감축 목표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1억톤 이상 줄여야 하는데,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따른 산업재편과 인력 감축도 걸려 있어서 관련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