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 두 곳 가운데 한곳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투입 비용와 시간 부담, 전문 기술인력 부재 등을 디지털 전환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경제 패러다임에 맞춰 디지털 뉴딜,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등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선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기업 특성을 감안한 세심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안건준)는 12일 '디지털 전환,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디지털벤처포럼'에서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 전환 실태 및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벤처기업협회와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청장 김영신), 전자신문이 공동 주관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조사한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개념조차 모르는 비율이 53%로 나타났다. 향후 디지털 전환 계획이 없거나 미실행 기업이 68%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서 벤처기업의 주력 제품·서비스와 4차 산업혁명이 관계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2.6%였다. 벤처기업은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첨단업종 중심의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간 융합, 기술 간 융합의 기술 공급자 역할 수행하고 있다. 또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도 중소·벤처기업의 첨단기술과 혁신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벤처기업군에서조차 아직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생산방식에서부터 타 제품·서비스와의 연결, 매출 채널 및 수익모델의 다변화 등 다양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벤처기업은 빠른 시장과 기술 변화에 맞춰 선제적 비즈니스 모델 적용과 변화관리가 가능하다”며 “벤처는 특유의 유연성과 속도, 도전적 기업문화를 무기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벤처기업에게 기회 요인임을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몸값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는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은 디지털 전환으로 △신상품·서비스 개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발굴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혁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대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절반 이상이 기업이 디지털 전환의 개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변화를 제대로 체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 성공사례와 최신 동향 등을 공유하고, 관련 교육 및 컨설팅 등 밀착형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확보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벤처기업들이 연간 정보화 비용을 모르거나 5000만원 미만인 기업이 78% 이상으로 나타났다. 실제 디지털 전환 장애 요소로 투입비용과 시간 부담이 89%로 가장 높이 나왔다.
유정희 부소장은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계획하는 기업에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기업도 생존전략으로서 과감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전환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중장기 로드맵 수립과 전략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빠른 변화에 대응한 유연성도 항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서울지역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을 수행하는 5개 기관(연세대·숭실대·건국대·한양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이 함께했으며, 예비창업자 및 중소·벤처기업 종사자, 유관기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김진형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행사 개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IT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선도해 나갈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국내의 혁신 벤처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주역으로서 세계적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신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앞으로 제2의 삼성전자, 제2의 네이버의 뒤를 잇는 디지털 기반의 3세대 혁신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며 “서울중기청에서도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이 디지털 경제 시대의 혁신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