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있는 10대 재벌이 지난해 150조원 넘게 내부거래를 해 매년 내부거래 규모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2세 지분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현격히 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4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이들 64개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1조1000억원 줄어든 196조7000억원이었다. 내부거래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2%로 2018년과 같았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37.3%) SK(26.0%) 태영(21.4%) 순이었다. 내부거래액은 SK(41조7000억원)가 가장 컸고 현대자동차(37조3000억원)와 삼성(25조9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셀트리온은 생산과 판매업체 분리로 내부거래가 많았다. 현대차, SK, 삼성은 수직계열화가 주된 요인이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한국GM(8.5%포인트) SM(2.2%포인트) 이랜드(2.0%포인트) 순이었다. 증가액으로 보면 현대자동차(4조2000억원)가 가장 많았고 삼성(9000억원), 한국GM(8000억원) 순이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150조5000억원이었다. 규모는 전년 대비 3조원 줄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3.9%보다 높아진 14.1%였다.
공정위는 총수 2세 지분이 많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총수 2세 지분이 20% 이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1%로 20% 미만 회사(12.3%)보다 높았다. 분석대상 회사 전체(12.2%)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자금을 확보하는 등 승계 작업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 176개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1.9%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금액은 1000억원 줄어든 8조8000억원이었다.
특히 총수 있는 10대 집단에 속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21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23.6%로 10대 집단 미만 소속(6.6%)의 3배를 넘었다. 거래액도 5조4000억원으로 10대 미만 집단 소속(3조2000억원)보다 컸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경계선'에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고 봤다.
총수일가 지분이 29% 이상 30% 미만이라 아슬아슬하게 사익편취 규제대상 밖에 놓인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5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에 달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와 그 자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등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올라있지 않은 회사의 내부거래도 많았다.
공정위가 이런 회사 343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내부거래액은 총 26조5000억원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오른 회사(8조8000억원)보다 훨씬 컸다.
성 과장은 “사익편취 규제 경계선 주변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현격히 높게 나타나는 등 규제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며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사익편취 사각지대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