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고문이 LG상사 등을 가지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LG그룹의 경영권 승계 원칙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LG그룹은 경영권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그룹 회장은 장자가 맡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장자가 그룹 회장직에 오르면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으로 조용히 물러나거나 계열 독립한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4대째 이어오는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다툼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거의 유일한 경우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은 구자경 명예회장 취임부터 시작됐다.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한 뒤 장남인 구자경 2대 회장은 1970년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동생이자 창업멤버인 구철회 사장은 경영에서 퇴진했다. 이후 구철회 사장의 자녀들이 1999년 LG화재를 가지고 LG그룹에서 나가 현재 LIG그룹으로 성장했다.
구인회 창업회장의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평회·두회씨도 계열 분리로 독립해서 2005년 LS그룹을 만들었다.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동업 관계였던 허씨 일가의 계열사는 GS그룹으로 분리됐다.
구자경 2대 회장이 70세이던 1995년 '21세기를 맞는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줬다. 구본무 회장은 50세에 LG그룹 회장이 됐다.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회장과 유통 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회장 등 구자경 2대 회장의 동생들은 바로 LG그룹 경영에서 퇴진했다.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 일가는 LG그룹 패션 사업 부문을 떼어내 2006년 LG패션(현 LF)으로 독립했다. 구자학 회장은 2000년 LG 유통·식품 서비스 부문을 갖고 나가 아워홈으로 이어갔다.
구광모 4대 회장이 취임할 때도 이 전통은 이어졌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카인 구광모 현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이자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회장은 1996년 희성금속, 국제전선 등을 떼어 독립하며 희성그룹을 세웠다.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후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 독립 가능성 지속 제기돼왔던 문제다.
LG그룹은 구씨와 허씨 가문의 동업으로 시작됐고, 대대로 자손도 많아 국내 재벌 중 가계도가 가장 복잡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은 창업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유교 가풍에 따라 장자승계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 잡음 없는 세대교체를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