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인적 쇄신과 구조조정에 힘입어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고 있는 유통업계가 미래 성장을 위한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코로나 이후 달라질 소비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본격화됐다.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우군 찾기도 업종과 국경을 넘나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쇄신 인사를 단행한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코로나19 여파에도 3분기 실적 반등을 일궈 냈다. 부진 사업 정리와 긴축 경영 등 사업 체질 개선 노력이 복합 작용했다.
사상 처음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강희석 대표 체제로 전환한 이마트는 1년 만에 영업이익이 30.1% 늘며 손익 개선에 성공했다. 불확실한 업황에도 할인점 강화와 전문점 구조조정 등 강 대표가 추진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힘입어 가시 성과를 냈다.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든 대형마트마저 11분기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롯데쇼핑 역시 산재한 각 사업부를 강희태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로 재편,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버티고 있다. 그룹 유통 사업의 방향키를 잡은 강 부회장은 올해에만 백화점·마트·슈퍼 등 점포 99곳을 정리하며 턴어라운드를 일궈 냈다. 몸집을 줄여 사업 효율성을 높인 덕에 당기순이익 3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처럼 소비 침체 속에서도 비용 효율화를 통해 위기를 버티고 있는 유통업계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성장 전략 마련에 집중한다. 핵심은 통합 시너지다. 업태 간 영역이 무너지고 신규 진입이 확대되면서 유통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극대화하기 위해 업계는 뭉치고 있다.
초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화학적 결합에 맞춰졌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 겸직 체제로 전환, 양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옴니 채널 구축에 주력한다. 롯데 역시 온라인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GS도 그룹 유통사를 일원화, 상호 보완 효과를 노렸다. 오프라인 전국 거점을 확보한 GS리테일과 온라인 커머스에 강한 TV홈쇼핑을 하나로 합쳐 성장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파편화돼 있는 e커머스 시장 역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활발하다. 동맹은 업종과 국경을 가리지 않았다. 커머스를 전략 육성하려는 네이버는 물류시스템 강화를 위해 CJ대한통운과 지분 혈맹을 맺었다. 이 덕분에 진입장벽이 높은 풀필먼트 사업에서 효율적으로 물류 거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는 11번가 역시 미국 아마존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11번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선두 사업자가 아직 없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려는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등 유통 산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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