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 철수를 검토하면서 관련 업계가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특히 삼성전기가 애플 아이폰에 공급해온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RFPCB의 공급권 향배에 PCB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비주력 사업 정리의 일환으로 RFPCB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객사와 RFPCB 공급 중단을 타진한 것으로 파악돼, 잔여 계약 물량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만 생산하고 하반기부터는 완전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기 RFPCB는 연 매출 4000억원대의 사업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 정리를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스마트폰 메인기판으로 사용되는 HDI 사업도 수익성 악화로 정리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말 있은 콘퍼런스콜에서 “각 사업의 효율화와 가치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PCB 업계는 그러나 삼성전기의 사업 철수가 가시화된 것으로 보고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기 RFPCB는 주로 OLED용으로 공급됐다.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폰, 중국 스마트폰 등에 탑재됐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기 철수가 공식화되면 물량을 다른 협력사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RFPCB 협력사는 삼성전기, 비에이치, 영풍전자, 인터플렉스, 유니마이크론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RFPCB는 주로 삼성전기, 비에이치, 영풍전자, 인터플렉스가 맡았고, 애플용은 삼성전기, 비에이치, 영풍전자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스마트폰용 RFPCB는 비에이치, 인터플렉스, 유니마이크론이 공급했다.
이에 삼성전기가 공급망(SCM)에서 빠지면 삼성전기가 맡던 물량은 비에이치, 영풍전자, 인터플렉스에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신규 협력사를 선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신속한 대체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존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단, 각 사마다 사정이 달라 반사이익 수혜는 차이가 날 전망이다.
먼저 비에이치는 삼성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로 기술력, 양산능력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비에이치는 삼성디스플레이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상당해 공급 다변화 측면에서 물량 확대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인터플렉스와 영풍전자에는 대체로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인터플렉스는 올해 실적 악화를 겪고 있어 삼성전기의 사업 철수가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영풍은 가동률이 높은 상황이어서 증설 투자가 부담될 수 있다.
PCB 업계 관계자는 “증설할 경우 신규 투자와 감가상각비, 성장성 등을 따져봐야 해 삼성전기의 사업 철수에 따른 이해득실 셈법이 각사마다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플렉스가 애플 공급을 재개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인터플렉스는 2017년 아이폰X에 OLED용 RFPCB를 공급했으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후 애플 물량은 삼성전기와 비에이치가 차지했다. 삼성전기 RFPCB 철수로 인터플렉스가 애플과 재개될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